차 수리 때 정품값 받고 중고부품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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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례 1=자영업자 홍모(45.서울 잠실동)씨는 지난해 1월 출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맞은편 차로의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침범해 홍씨의 차를 들이받았다. 어디선가 견인차가 나타나 근처 정비업체로 차를 끌어갔고 홍씨는 수리비 400여만원을 가해자의 자동차보험을 이용해 처리했다. 그러나 수리 뒤 고장이 잇따랐다. 기어 변속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찬 바람과 비가 문틈으로 들어왔다. 트렁크 밑부분이 제대로 몰딩되지 않아 비가 많이 내릴 때는 트렁크 안의 물을 퍼내야 한다. 홍씨는 최근 검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으며 당시 교체한 부품 중 핸들.기어.범퍼 등 30여개가 재생.위조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소송을 내서 배상받는 것 외에는 마땅히 방법이 없어 속을 끓이고 있다.

#사례 2=2003년 9월 승용차 문짝이 긁혀 정비공장을 찾은 회사원 송모(29)씨는 정비업체 사장의 제안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사장은 "문짝 하나만 색칠하면 표시가 나 보기 싫다"면서 전체 색칠을 권했다. 그는 "아침에 나와 보니 차가 긁혀 있었다고 보험회사에 신고하면 차량 전체를 도색할 수 있고 보험료 할증도 안된다"고 방법까지 알려줬다. 송씨는 사장의 제의를 받아 들여 허위 확인서를 작성, 보험회사에 냈고 수리비 100여만원은 보험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자동차 보험과 관련한 사기가 극성이다. 일부 정비업체는 부품을 정품으로 교체한다며 보험사로부터 제값을 받고는 재생.위조 부품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차액을 가로채거나(사례 1) 못 등으로 차를 일부러 긁은 뒤 가해자 불명 사고로 위장해 전체도색을 하는 수법(사례 2)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고 차량이나 폐차 차량의 부품을 이용해 만든 재생.위조 부품은 안전성과 품질이 검증되지 않아 운전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5일 이 같은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서울 강남.송파.강동구 일대 자동차 정비업소 9곳과 이들의 거래처인 부품상 5곳을 적발, 이 가운데 S정비업체 사장 윤모(58)씨 등 두명을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 조사결과 윤씨는 중고 부품을 이용해 차량을 수리한 뒤 보험사에서 받아낸 정품 부품비를 부품상과 8대 2로 나눠 가졌다. 그는 2003년 11월부터 최근까지 70여차례에 걸쳐 이 같은 수법으로 5800만원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적발된 정비업체는 사고 차량을 입고시켜 준 견인차 회사에 대당 20만~25만원씩 속칭 '통값'을 지급해 왔다"며 "통값보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보험사기 유혹에 빠져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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