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11이 가져온 美 애국주의 열풍:뉴욕시립대 데이비드 내소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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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뉴욕시립대 데이비드 내소(56)교수를 만났다. 그는 현재 '미국 역사교육 촉진위원회' 위원장이며 뉴욕시립대 대학원 센터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는 미국 역사학계의 중진이다. 최근 『두목: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생애』라는 책을 내 미국 언론에서 극찬을 받기도 했다. 공교육 등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중도적 성향의 학자다.

-9·11이 미국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미국의 국민과 정부는 미국의 힘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즉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힘과 국제사회에서의 지위가 절대 무적의 강고한 실체라는 인식이 약화됐다는 얘기다. 나는 이것을 '전(全)지구적 사고'의 형성으로 본다. 다시 말해, 미국도 실은 '세계 체제들(World Systems)'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언제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나라가 됐다는 인식 말이다."

-9·11을 미국사에서 가장 참혹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가.

"동의할 수 없다. 사고 직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후에 예견됐던 연쇄공격이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자 사람들의 생각도 변했다. 아마 9·11은 하나의 독립된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9·11이 미국 국민의 애국주의 형성을 부추겼다고 보는가.

"나는 '맹렬한(intense) 애국주의'의 등장에 대해 언제나 희의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순수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누군가, 무엇인가에 의해 자극된 경우가 많다. 만약 9·11로 미국 내에 애국주의가 고양됐다면, 그것은 정부나 미디어에 의해 자극된 결과물일 뿐이다. 사건 초기에는 단지 우리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공격받았다는 정서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게 애국주의 형성을 가능케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 자체에 대한 이해가 힘들어지자 그런 의식에 혼돈이 일기 시작했다."

-이른바 '문명 충돌론'에 대한 생각은.

"그것은 일종의 '낙인 찍기(labeling)'의 산물이다. 예컨대 '원리주의=이슬람'이라는 낙인 말이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적인 사고는 정말 경계해야 한다."

-9·11과 같은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관용이다. 그것은 이분법적인 사고의 극복을 통해 가능하다. 내가 말하는 관용은 단지 측은지심의 차원이 아니다. 상대방의 프라이버시와 정체성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와 민권주의·평등주의를 기초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역사 교육이 절실하다. 특히 과거를 다양한 입장에서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적대나 증오도 '역사적으로 규정된'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뉴욕=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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