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에 '돼지꿈' 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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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코스닥에 등록된 조아제약의 주가가 바이오 열풍에 힘입어 줄기차게 오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순 체세포 복제돼지 출산 소식이 알려진 뒤 무려 22일(거래일 기준)이나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7월 11일 4천8백90원이었던 주가는 22일 현재 3만7천2백50원이다. 무려 6백61%나 오른 셈이다.

<그래프 참조>

이처럼 주가가 오르는 것은 복제돼지에서 빈혈 치료제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이 생산되면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회사측은 EPO를 생산하면 현재 주가도 결코 비싼 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EPO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물질로 만성빈혈과 신부전증, 항암치료 보조제 등으로 사용된다. 1g당 가격이 소형 자동차 1백대 가격(약 10억원)과 맞먹는 고가 의약품. 미국과 일본에서 연간 각각 1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조아제약을 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우증권 임진균 연구원은 "회사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면서 "아직까지 EPO 추출 사업의 경제성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SK증권 하태기 연구원도 "앞으로 복제돼지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 불확실한 만큼 조심스런 투자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사 장석영(41·사진)사장은 2004년 말부터 시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아제약은 자본금 84억원 규모의 소형 제약사다. 올 상반기에 매출 85억원, 당기순손실 8억9천만원을 기록했다.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이상급등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주가는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고 본다. 현재 세계적으로 EPO 시장 규모는 40조원이다. 복제돼지에서 EPO를 뽑아낼 경우 현재의 생산원가(g당 8억~10억)를 1백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럴 경우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아직 복제돼지에서 EPO를 추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EPO를 뽑아냈다. 또 지난 19일 출산한 복제돼지가 형질전환이 됐는지 확인 중이다. 보다 정확한 것은 다음주 중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유전자 검사에서 나올 것이다."

-EPO를 추출해도 수익을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방광을 통해 나오는 오줌에서 EPO를 추출할 계획이기 때문에 정제하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EPO는 신약이 아니라 몸에 소량으로 있는 단백질이므로 임상시험에 시간이 많이 안 걸린다. 2004년 말에는 시판이 가능할 것이다."

-EPO 연구는 어떻게 진행해 왔나.

"진주 경상대와 1999년부터 산학협동으로 개발 작업을 해왔다. 그동안 14억원을 투자했다. 7월 14일과 지난 19일 두차례 복제돼지를 출산했다.연말에 세번째 복제돼지가 나올 예정이다."

-향후 투자 여력은 충분한가.

"앞으로 40억원 가량 더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부채 비율이 1백18%로 높은 편이 아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 증자도 검토하고 있다."

-만약 EPO 사업이 실패하면 투자자들의 손해가 예상되는데.

"설사 EPO 생산이 어렵더라도 이번에 국내 최초로 체세포 복제돼지 생산에 성공한 만큼 장기·의약품 생산 등에 활용하면 매출이 많이 늘 수 있다."

하재식 기자

◇장석영 사장=▶대구 성광고·경북대 회계학과▶조아제약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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