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16세… '반상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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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6세 소년기사 송태곤3단의 기세가 무섭다. 송3단은 15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 결승전에서 김주호(18)2단의 돌풍을 2대0으로 잠재우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송3단은 이 대회 준결승전에서 세계대회 우승자 이세돌3단을 꺾어 화제를 모았었다.

지난 6월 LG정유배 프로기전 8강전에서 이창호9단을 꺾으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송3단이 불과 16세의 나이에 신예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 바둑계 판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그는 박카스배 천원전에서도 이미 4강에 올라 있다. 송3단의 올해 전적은 37승7패로 승률 84%. 다승랭킹은 5위, 승률에선 2위를 달리고 있다. 무서운 스피드로 성장하고 있는 '어린 사자' 송태곤3단은 학원을 운영하는 송영우씨의 외아들로 일곱살 때 동네 바둑교실에서 바둑을 배웠다. 허장회도장에서 공부했고 13세 때인 1999년에 프로가 됐다. 다음은 송3단과의 일문일답.

-첫 우승을 축하한다. 우승을 거두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고비는.

"역시 김주호2단과의 결승전이다. 부담감과 긴장 때문에 힘들었다. 바둑은 상대의 실수 탓에 의외로 쉽게 이겼다."

-이세돌3단과의 준결승전은 어땠나.

"공식 시합에서 이3단과 이때 처음 만났다. 부담이 없었던 탓인지 내용도 좋고 편하게 이겼다."

-상금은 어디에다 쓸 예정인가.

"상금은 다 아버지 통장으로 들어간다. 나는 대신 용돈을 많이 받는다."(매주 7만~8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수읽기가 강하고 전투적인 바둑 스타일이 이세돌3단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다.

"꼭 전투를 생각한 건 아닌데 저절로 전투적인 바둑을 두게 된다. 세돌이 형은 약간 타개(打開)쪽인데 비해 나는 공격적인 전투를 즐기는 편이다."

-한국의 신예기사들은 거의 대부분 강하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라이벌이라고 느끼는 기사들은 .

"라이벌에 대한 생각은 안해봤다. 이세돌3단이나 조한승5단은 선배이고 나이가 비슷한 강자들이라면 한살 위인 원성진4단·최철한4단·박영훈3단 등이 아닐까."

-가장 존경하는 기사는 누구인가.

"이창호9단이다. 바둑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냥 좋다."(이창호9단은 오래 전에 송태곤의 탁월한 기재를 인정했다)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

"LG정유배 준결승전에서 다시 세돌이 형과 만났다. 이 고비를 잘 넘겨 우승할 수 있다면 좋겠다."(이세돌3단은 눈앞의 정상을 향해 전진하고 있지만 바로 뒤에선 그를 추격하는 후배들이 즐비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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