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3개… 고위층 '전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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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북한이 다음달 29일 개막하는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자본주의 스포츠'인 골프 종목에도 선수를 내보내기로 결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이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에 출전하기는 1998년 방콕 대회에 이어 두번째다.

북한은 당시 40대의 조총련계 선수를 출전시켰다. 이번 대회에도 북한 국적의 조총련계 선수 가운데 '70대 초·중반 수준'의 아마추어 골퍼를 내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는 현재 3개(18홀 기준)의 골프장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골프장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최초의 골프장은 88년 9월 개장한 평양골프장이다. 평양에서 38㎞ 떨어진 남포시 용강군 태성호 주변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1백20만㎡(36만여평)의 부지에 건설됐으며 코스 길이는 6천9백m다. 87년 4월 김일성의 75회 생일을 기념해 조총련과 합작해 만들었다.

현재 평양골프장의 회원권은 조총련계 교민들 사이에서 약 1백만엔(약 1천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그린피는 회원이 3천엔, 비회원이 1만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여명의 경기 보조원(캐디)이 수동카트를 끌고다니며 경기 진행을 돕는다.

북한에는 이밖에도 묘향산의 김일성 별장 부근과 종합레저단지로 조성된 용성에 골프장이 있다.

모란봉 유원지와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에도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골프를 즐기는 계층은 당·정 고위 간부와 외교관 등 극히 일부로 제한돼 있다.

평양에는 북한 유일의 골프연습장인 '평양골프연습장'이 있다. 평양에서 발간되는 월간 화보잡지 '조선' 8월호에 따르면 이 연습장은 조총련 기업인에 의해 설립됐으며, 2층 건물에 30개의 타석을 갖추고 있다.

북한에서는 골프 용어도 대부분 한글화해 사용한다. 그린은 정착지 또는 도착지라고 하며, 클럽은 그로브 또는 채, 아이언은 쇠채, 우드는 나무채라고 한다. 벙커는 모래웅덩이, 레귤러티는 앞출발티, 홀은 카부구멍이라고 한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가끔씩 라운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분명치 않다. 90년대 중반 타임지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토픽기사에서 "(북한측 자료에 따르면)골프의 세계 최저타수 기록 보유자는 한 라운드를 54타로 끝낸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보도해 화제를 모았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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