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후 남북 민간교류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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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분단 57년 만에 처음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가 별탈 없이 마무리되면서 남북간의 민간교류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부 민간단체들은 이번 대회 기간 중 분야별 상봉모임을 통해 구체적인 행사일정을 확정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8·15행사 때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으로 엄청난 후유증을 겪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우선 지난해 남북 농민·노동자대회에 이어 다음달 청년학생·여성대회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지난 16일 남북 청년대표들은 '청년학생통일대회'를 9월 초순 금강산에서 열기로 하고, 2백명씩의 대표단과 1백명의 남측 참관단을 구성키로 의견 접근을 봤다. 이 행사는 당초 9월 7,8일 양일간 갖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우리측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날짜를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금강산에서 제반 일정에 대한 실무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지난 16일 남북 청년대표 모임에 참석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최휘 비서는 "청년학생의 특색을 살려 대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자"며 청년대회 개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대회는 한총련과 범청학련 대표들의 참가문제를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문성순(文星淳·35) 상임총무는 "참가자들이 청년학생들이기 때문에 돌출행동이 우려되지만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정부 당국과 협의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북 여성대표들은 다음달 12~13일 금강산에서 분단 후 첫 남북 여성통일대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이 행사에는 각각 3백명의 대표와 일본 등 해외동포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26일께 금강산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구체적인 의제와 절차 등을 협의키로 했다.

통일대회 추진본부 이현숙(李賢淑·56) 여성위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 이 행사를 준비해 왔다"면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남북 여성대회인 만큼 행사를 잘 치러 민족이 단합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 민간대표들은 8·15 민족통일대회 '공동호소문'을 통해 오는 10월 남북이 공동으로 개천절 행사를 갖기로 했다.

천도교 오훈동(吳訓東·49) 사무총장은 "현재 북측의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박문철 서기장과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 중"이라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밖에 이번 8·15 행사기간에 '남북역사학자대회' '남북기자교류' 등 다양한 남북교류 행사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민화협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는 분단 이후 최대 규모의 남북 민간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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