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 가르치는 중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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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공인중개사를 가르치는 공인중개사'-.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서울공인중개사무소의 정용현(鄭用炫·55·사진)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교수님'으로 부른다. 본업인 아파트중개는 뒷전이고 일주일 내내 하는 일이 대학교나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등에서 부동산 거래나 법규 관련 강의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공인중개사가 많이 배출되는 데 도움이 될까해서 강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鄭사장은 중개업을 하기 전부터 부동산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대학(서울대 임학과) 전공을 살려 1975년 과거 대한석탄공사에 입사해서는 주로 임야관리 등의 부동산 업무를 다뤘다. 그러다 93년 석탄공사를 퇴사한 뒤 천안에서 갑지산업이라는 개인사업을 하다 95년 서울 개포동에 서울공인을 차려 중개업을 시작했다.

중개업에 매달리다 강의로 '전업'한 계기는 99년 단국대에서 세시간짜리 특강을 하면서.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실무를 다뤘던 게 좋은 반응을 얻어 이듬해부터는 고정시간을 받았다.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2년 동안 부동산투자과정을 마친 뒤에는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에서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법률, 현장 실무 등의 강의를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했다.

그가 돈벌이가 안되는 강의에 매달리는 이유는 하나다. "부동산은 특히 현장과 이론이 동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과 학문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는 요즘 주말을 빼면 1주일에 30시간을 강의한다. 3년 만에 제자만 1천여명이 생겼다. "강의를 하고부터 사무실 수입도 줄어들고 고객도 많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공인중개사들이 보다 정확한 부동산 지식을 가져 엉뚱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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