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체험 축구 해설에 접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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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오랜 여행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해설을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구는 데 일조한 사람을 둘만 꼽으라면 단연 히딩크 감독과 그를 영입해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용수(42·사진)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일 것이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 하며 보이지 않는 데서 묵묵히 일해온 이용수씨가 다음달 1일부터 KBS 축구 해설위원으로 복귀한다. 이씨는 1996년부터 4년간 KBS에서 해설을 맡았다.

-월드컵 기간에 KBS 중계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냉담했다. 복안이 있나.

"KBS는 공영방송이다. 시청률에 연연하기보다 방송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다른 방송사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방식을 따라가봤자 1등을 할 수 없다. 내 나름의 스타일을 보여주겠다."

-어떤 식의 해설을 말하는 것인가.

"차분하고 명쾌한 해설이 딱 내 스타일이다.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간 월드컵 경기를 치르면서 겪은 소중한 경험을 하나 둘 풀어낼 작정이다. 팬들이 월드컵을 통해 축구에 대한 눈이 틔었듯 나도 배운 점이 많다."

-월드컵 경기만큼이나 방송사간 중계도 치열했다. 차범근·신문선 해설위원의 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각자 개성대로 참 잘했다. 두 사람 모두 고정팬들을 상당히 확보했다. 방송사마다 서로 다른 스타일로 축구 해설을 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시청자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채널을 선택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히딩크 이후 한국 축구가 어떻게 변했나.

"히딩크는 문제점을 찾아내 훈련으로 이를 극복한다. 골 결정력이 문제라면 슈팅 연습을 해야 한다는 식이다. 우리 선수들이 짧은 시간 동안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요즘도 히딩크와 자주 연락하나.

"주로 e-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얼마 전에도 편지을 보냈는데 바쁜지 답장이 아직 안왔다(웃음). 아무래도 요즘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다. 집안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팀을 이끄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는 다음달 7일 KBS1 '2002 남북 통일 축구' 대회 중계에서 얼굴을 보일 계획이다. 그는 "국내 리그보다 국제 경기가 더 힘들고, 국제 경기보다 남북 축구 중계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해 관계가 얽힌 경기일수록 해설위원의 한마디 한마디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기술위원장 자리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럭키금성·할렐루야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이씨는 미 오리건 주립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세종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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