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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킬러'정조국 득점왕 스승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내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골'.

지난 4월 26일 정조국(18·대신고3)의 발리슛 골을 본 축구팬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한·중 청소년대표 평가전에서였다.

"국내에도 저런 슈팅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니""정조국이 도대체 누구야"란 말들이 쏟아졌다.

이후 정조국은 최성국·여효진 등과 함께 월드컵 대표팀의 훈련 파트너로 뽑혀 대표팀에서 히딩크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정조국은 22일과 25일 벌어지는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 청소년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다. 히딩크 사단에서 연마한 기량을 시험받는 무대다.

정조국은 지난해 다섯개 고교대회 득점왕을 독식하며 고교 수준을 넘어선 골잡이로 인정받았다. 중2까지 미드필더였던 그는 대신고에 진학, 임근재(33)코치를 만나면서 공격수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임코치는 1992년 LG 소속으로 정규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스타 출신.1m72㎝·65kg의 다소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골넣는 재주 만큼은 단연 발군이었다. 임코치는 1m85㎝의 장신으로서는 드물게 유연성과 볼 센스가 뛰어난 제자에게 자신의 '비기(?器)'를 전수했다. 그것은 반박자 빠른 슈팅과 수비수를 교란하는 움직임이었다.

'발리슛 내기'도 동원됐다. 팀 훈련이 끝난 뒤 임코치와 정조국은 아이스크림 내기를 한다. 좌우에서 크로스한 볼을 땅에 닿기 전에 발리슛, 누가 골을 더 많이 넣느냐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조국이 대부분 졌지만 지금은 열번에 네번 정도는 임코치가 아이스크림을 사야 한다. 중국전 '환상의 발리슛'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19일 저녁 청소년대표팀이 합숙 중인 수원에서 만난 정조국은 '리틀 설기현'이란 별명처럼 설기현과 많이 닮았다. 생글생글 짓는 눈웃음이 한없이 착해 보였지만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같은 세계적인 골게터가 되겠다'는 의지는 굳세고 당찼다.

안양 LG 입단이 확정됐지만 그는 벌써 유럽 빅리그를 꿈꾸고 있었다. "체력과 파워를 더 길러야겠지요.아르헨티나전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호적에 올라 있는 이름도 '鄭조국'. 아버지가 일부러 한자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조국'을 위해 그가 크게 이름을 떨치기를 축구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수원=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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