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제재 받아 합당한 북한 사람들 알아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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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마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은 천안함 사태 책임을 인정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주며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으로 천안함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데.

“(유 장관) 한·미 양국은 소위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출구전략이라는 것은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5월 24일 발표한 대북 제재조치를 계속해야 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한 제재 전략은.

“(클린턴 장관) 세 가지 전략이 있다. 우선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로 가장 엄격한 제재조치라 할 수 있다. 둘째는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억지노력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의 지도부, 북한의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무부와 재무부가 이런 제재조치를 받아도 합당한 사람들, 즉 북한 지도부의 일원이나 지도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알아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나.

“(클린턴 장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유 장관이 말했듯이 아직까지는 추구하고 있지 않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주고, 또한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새로운 북한의 공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동의하는가.

“(게이츠 장관) 지난 몇 개월을 돌이켜 봤을 때 북한의 (권력)승계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어쩌면 도발 행위가 있을 수 있다. 한·미 동맹은 아주 강한 동맹이고, 앞으로 계속 긴밀히 협력한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미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은.

“(김 장관) 명확한 징후는 보이고 있지 않지만, 북한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 한·미 간에 긴밀히 논의하고 있으며,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미국에서 국방비 감축 요구가 거센데, 동맹국에 대한 지원이 작아지는 것은 아닌가.

“(게이츠 장관) 오바마 행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건 방위비 삭감이 아니다. (군의) 전력구조와 능력, 숫자를 유지하면서 취약한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등 방위비 내 예산을 재배정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우리 전력이나 군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없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와 관련해 핵연료 재처리에 어떤 입장인가.

“(유 장관) 한·미 원자력협정을 2014년에 개정하려고 한다. 우리는 원자력의 상업적 목적 외 군사적 이용은 철저히 반대하고 있다.”

강찬호·전수진 기자



“한·미동맹, 미·일동맹 이상으로 격상”
‘2+2’ 회의 의미

“원래 미·일 동맹의 전유물이던 ‘2+2’ 회의가 일본 대신 한국에서 열렸다. 이는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과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의미로 격상됐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1일 한·미 동맹 57년사에 처음으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 이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회의는 6·25전쟁 60주년이란 상징적 시점에서 양국 외교·안보 최고책임자가 한데 모여 혈맹의 의미를 되새기고 향후 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한 점에 1차적 의의가 있다. 동시에 미·중 관계가 대결구도로 치닫고, 미·일 관계도 삐걱대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확인시킨 회의란 평이 나온다. 한·미 동맹은 노무현 대통령-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시절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컸다. 노 대통령의 자주 국방론, 동북아 중재자론과 한·미 간 대북 접근법 차이 등이 빚은 결과다. 반면 최근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연기 합의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미의 일치된 대응에서 보이듯 구심력 강화 양상이 뚜렷하다. 그런 만큼 이번 회의는 동북아 안보질서에 새 흐름을 조성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천안함 사건과 중국의 북한 감싸기라는 새 상황을 맞아 아태 지역에서 한·미 동맹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연하게 커졌다. 지난해 일본 민주당의 집권 이래 미·일 동맹이 제자리를 못 잡으면서 미국의 무게중심이 미·일 동맹에서 한·미 동맹으로 북상(北上)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회의는 한·미 동맹이 동북아 안보의 새 기축으로 부상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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