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시간 일하는 우편집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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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집배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일에 파묻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9시 TV 뉴스를 보는 게 소망이다"는 그들의 힘겨운 호소를 그냥 흘려 넘기기가 어렵게 됐다.

특히 집배원들의 환경은 외환 위기 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악화된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연간 처리 물량은 1997년 45억8천만통에서 지난해 64억2천만통으로 늘어난 반면 집배원은 대량 감축으로 1만4천여명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우편물 급증에 인원은 그대로니, 업무 강도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도 대도시에선 오전 7시30분부터 13시간을 일하고 농어촌 지역도 그나마 낫다는 게 하루 10시간을 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e-메일 보편화로 편지 배달은 반으로 줄었지만 홈쇼핑의 확산에 각종 홍보물 등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사회 현상도 한 몫 해 맞벌이 가정과 여가활동 증가로 빈집이 늘면서 지난해에만 1억통 이상이 재배달되거나 반환됐다고 한다. 집배원의 근무환경 개선은 더 이상 차일피일할 일이 못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마당에 3천명에 달하는 인원을 한꺼번에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임시직과 파트타임 고용직 증원 방안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동시에 우편 업무를 민간에 아웃소싱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할 만하다. 일부 지방 체신청에선 중량이 무거운 소포물만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경우 배달의 정확성과 정보 유출의 우려가 제기되겠지만 시범 도입해 볼 일이라 생각한다. 법 규정이 문제라면 개정을 해서라도 도입을 서두를 일이다. 외국에서 시행 중인 식품점·편의점을 네트워크화한 겸임 우체국 제도도 검토할 수 있다. 개인휴대단말기 보급 등 정보기기 활용을 늘리고 우편물 분류를 혁신화해 집배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도 게을리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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