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장관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쌀 협상은 아주 참 수고했고 결과도 좋은 것으로 평가하지만 농민들 반발을 달래는 과정이 부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업무는 잘했지만 국민 여론 때문에 장관을 바꾼다는 얘기다. 수능부정 파문으로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쌀 개방 협상 타결로 농촌이 들끊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그런 이유라면 경기침체로 서민들 등골이 휘어질 지경인데 경제부총리는 왜 안 바꾸고, 장성 진급 비리 파문으로 군심이 흉흉한데 국방부 장관은 어째서 유임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노 대통령은 2003년 2월 조각 인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 2년에서 2년반 정도 장관의 임기를 보장하고, 분위기 쇄신형 개각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 이후 '분위기 쇄신용'개각은 없다는 게 현 정부의 원칙으로 지켜져 왔다. 지난해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 때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시중의 여론이 나빠지자 노 대통령은 "사회적 분위기만으로 책임을 지우려 해서는 안 된다"며 감싸기도 했다. 그런 대통령이 이번엔 돌연히 국민정서를 고려해 장관을 바꿨다고 하니 국민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해집단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을 소신있게 밀고 나갈 장관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또 노 대통령은 정부 출범 당시 "장관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게 좋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2년 정도 일하면 아이디어도 다 써먹을 만큼 써먹고 열정도 조금 식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너리즘에 빠질 때쯤이 된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각 부처에서 임기 2년이 다 된 장관 말은 우습게 아는 풍토가 생겨날 것이 틀림없다.
김정하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