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회서 500만원으로 1억2천만원 번 이승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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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증시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보니 요즘은 본전만 건져도 선방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런 시장에서 두 달 만에 무려 2천4백27%라는 수익률을 올려 증권가의 주목을 받은 사람이 있다.

최근 대우증권이 개최한 선물·옵션 투자 대회에서 1등을 한 이승훈(30·사진·데이트레이더)씨가 그 주인공.

그는 지난 6월 3일부터 7월 말까지 내로라하는 5백40명의 투자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KOSPI 200 옵션' 등을 대상으로 치러진 수익률 대회에서 5백만원의 원금으로 1억2천1백만원을 벌었다. 수익률 2위가 5백75%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수익률이 높은 대신 위험 역시 큰 옵션 투자의 특성상 대회 평균 수익률은 -27.7%였다.

이쯤 되면 주위에서 '숨겨진 비법을 알려 달라'고 조를 만도 하다. 그러나 이씨의 답은 한결같다. 그는 "투자는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게임"이라며 "주식 투자로 돈을 잃은 뒤 옵션 투자에 눈을 돌리는 이들을 많이 봤는데 대부분 원금을 지키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실패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습관이 있다면 지난 3년간 매매 일지를 꼼꼼히 작성하면서 시장을 제대로 읽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자신에게 알맞은 투자 원칙을 세운 뒤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따지고 보면 그도 처음엔 여느 개인 투자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3년 전 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 투자에 뛰어든 지 5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흘 만에 4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날렸다.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돈은 이미 그의 호주머니를 떠난 뒤였다.

정신을 차리고 패인(敗因)을 곰곰이 되새겼다. 준비없이 덤벼든 게 화근이었다. 그리고는 하나 둘 나름의 투자 원칙을 만들어 나갔다. 이씨는 "지금도 매일 아침 장이 열리기 전 10여가지 원칙들을 되뇌고 컴퓨터 앞에 앉아야 일이 된다"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프로인 그도 매일 3천만원의 종잣돈만 가지고 거래한다는 점이다. 욕심을 다스리는 나름의 방법이다. 잘될 때는 하루 10%의 수익률을 내는데, 번 돈은 매일 출금해 따로 보관한다. 이씨는 대학교 3학년 때 용돈이나 벌자며 시작한 주식 투자가 직업이 됐는데도 아직도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는 "가족을 담보로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훨씬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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