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범위 마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30여년 묶여 있던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면 주민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이 들어서 있는 곳만 해제하고 마구잡이 개발을 막겠다."

최근 서울시가 강남구 자곡동 등 시내 개발제한구역 13곳을 올해 말까지 해제키로 결정하자 주민과 서울시가 해제범위·용적률 등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또 서울시가 일부 해제지역에 고층 임대아파트를 짓기로 하면서 형평성 문제와 환경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시-주민 마찰=서울시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녹지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우선 기존 주택이 위치한 곳만 해제할 계획이다. 또 해제하더라도 용적률은 최고 1백50%,건물 높이는 최고 4층까지만 허용할 방침이다.

시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주민들은 "해제되더라도 결국 다세대·다가구 주택만 들어서 3류 주택가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게 개인 재산권을 30년동안이나 침해받아오며 기다린 결과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주택가 인근에 녹지가 전혀 없는 나대지가 이번 해제범위에서 제외되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은평구 진관외동 주민 김주환(65)씨는 "시에서 제시한 그린벨트 해제안에는 기존 주택터만 포함돼 마치 살을 발라먹고 남은 생선뼈와 같다"며 "나대지도 해제안에 포함시켜야 그나마 재개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마구잡이 개발이 우려되므로 나대지는 절대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강남구 자곡동 못골마을, 세곡동 은곡마을 등 여섯 곳은 해제 범위를 결정했으나 은평구 진관내동·구파발동 등 일곱 곳은 확정하지 못했다.

◇쟁점은 임대아파트=시는 현재 무허가 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노원구 상계1동·중계본동과 강동구 강일동에는 그린벨트 해제 후 12~17층 규모 임대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이는 이명박(李明博)시장의 공약인 '2006년까지 임대주택 10만호 건설계획'에 따른 것으로 내년까지 이 일대에 1만4천여가구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지역 주민은 물론 다른 해제 예정지 주민들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국개발제한구역주민협회 정종배 부회장은 "같은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곳이라도 시에서 지으면 고층아파트도 괜찮고 주민들이 지으면 4층 이상은 안된다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1동 노원마을 재개발추진위원장 윤위영(63)씨는 "임대 아파트는 인근 나대지에 짓고 주민들이 거주해온 주택은 자체 재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서왕진 사무처장도 "엄격하게 그린벨트를 관리해야 할 서울시가 앞장서 고밀도 개발을 추진한다면 주민들의 개발 요구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주민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선에서 그린벨트를 최소한 해제하고 임대아파트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