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많이 보는 사람 "지지 후보 바꾼 적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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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유권자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거부하게 되는 것은 결국 뉴스 매체를 통해 주어진 정보와 이미지에 의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정치인과 정치적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스스로 점검해보고 보다 논리적이고도 이성적인 견해를 갖게 된다. 많은 언론학 이론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정치인이나 정치적 사건들은 모두 '매개된 현실(mediated reality)'인 셈이다.

이번에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신문의 열독률과 대선 유력 후보의 지지 사이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3자 가상대결에서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의원을 지지한다고 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신문을 더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신문을 훨씬 덜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계층이 상대적으로 신문을 덜 읽는 젊은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유권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이념성향에 따라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러한 추세는 신문을 매일 자세히 보는 사람들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이회창·노무현의 양자대결에서 진보성향은 노무현 후보를, 보수성향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차이는 신문의 '모든 기사를 자세히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더욱이 자신의 이념성향을 확정짓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신문을 많이 읽을수록 노무현 후보에 대해 확실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신문을 많이 보는 사람들일수록 지지후보를 바꾸는 경우가 더 많았고 지지후보를 바꾼 적이 없다는 사람들일수록 신문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신문을 많이 보는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지지후보를 얼마든지 바꿀 태세가 돼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또한 대선후보 경쟁에 있어 신문 등 뉴스매체의 강한 영향력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공동참여 교수>

강원택 (숭실대·정치학)

김주환 (연세대·언론학)

이내영 (고려대·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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