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反 극한 대립기로에 선 민주당]"잔류냐 탈당이냐" 선택만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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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16일 열린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노무현(武鉉)후보-이인제(仁濟)의원측이 격돌했다. 중도파가 중재안을 내놨지만 이들 친노(親)-반노(反)간 감정의 골을 메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동선(安東善)의원이 전격 탈당을 선언, 민주당은 분당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현재로선 후보와 의원의 공존이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양측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별하느냐다. 이 결과는 연말 대선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다. 정치권이 민주당 내분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측의 승패를 좌우할 가장 결정적 요인은 세력이다. 누가 많은 지지, 특히 현역 의원을 확보하느냐다. 일단은 친노측이 유리해 보인다. 반노진영에 비해 다수로 집계되고 있다. 반노측을 '경선불복'으로 몰아치며 지금으로서는 명분에서도 앞서 있다. 중도파도 후보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만 반노측이 당을 깨는 데는 반대하고 있다.

후보측은 이같은 이점을 활용해 확실히 신당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각오다. 반노세력을 최소화한 뒤 아예 당에서 몰아내겠다는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고 있다. 친노성향의 김경재 의원은 "1997년 대선 승리 당시 우리당 의원은 79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안동선 의원을 뺀 민주당 현역 의원은 1백12명이다. 상당수 이탈이 있다 해도 밀고나갈 힘이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반노측은 이같은 세(勢)불리를 친노측에 대한 전면전 대신 게릴라전으로 타개하려는 움직임이다. 바로 집단 탈당을 결행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후보와 민주당의 신당에 충격을 주려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탈당 후 진로가 불투명하고, 대선 후 바로 총선 준비를 해야 하는 의원들의 고민도 담긴 고육책의 성격이 있다. 반노측 의원들로서는 탈당 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반노측이 생각하는 역전 카드는 당내 투쟁보다는 당외에서 추진되고 있는 제3신당인 것 같다. 제3신당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를 결정해 그 후보가 후보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땐 친노측이 동요하게 된다. 이 경우 반노측이 주장해온 사실상의 헤쳐 모여식 신당도 결과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노 진영, 특히 이인제 의원 주변은 제3신당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의원이 직접 나서 이한동(漢東)전 총리 등과 '제3신당 대표자회의(가칭)'를 만들 생각이라고 한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와 박근혜(朴槿惠)의원과도 접촉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한나라당의 동향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정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이탈의원을 비롯, 자민련·무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한 영입에 나설 경우 민주당의 신당은 물론 제3세력의 제3신당 논의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된다. 정치권이 대대적인 헤쳐 모여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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