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타결돼야 쌀 지원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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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합의 주요 내용

-경협추진위 2차회의 8월 26일 서울 개최

-철도·도로연결 군사보장조치

군사당국자간 회담 이른 시일 개최

-9월 중순 금강산댐 공동조사 실무접촉

-추석계기 6차 이산가족 상봉

4차 적십자회담 9월 4일 금강산 개최

-금강산관광 활성화 회담 9월 10일 개최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성화운반 등 협력

-남북축구경기 성공적 진행 적극 협력

-태권도 시범단 서울·평양 교환방문

-북측 경제시찰단 10월 하순 남측지역 방문

-8차 장관급 회담 10월 19일 평양개최

남북한이 14일 진통 끝에 7차 장관급 회담 공동보도문에 합의함으로써 앞으로 남북관계의 시간표가 마련됐다. 그러나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군사당국회담 개최 문제 등 핵심 현안은 북측의 완강한 입장에 밀려 진전을 보지 못해 앞으로 쌀지원을 비롯한 정부의 대북접근에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르게 됐다.

◇합의내용 뭐가 담겼나=이번 회담을 위한 금강산 실무접촉 합의(8월 4일)와 비교해 새로운 내용은 금강산댐 공동조사와 태권도 시범단의 서울·평양 교환방문이다. 2000년 12월 한차례 열린 뒤 중단된 경협추진위원회의 재개를 비롯한 나머지 현안들은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10개항의 합의문안 중 절반이 구체적인 날짜를 박았고,나머지는 대체적인 시기를 박는 데 그쳤다.

특히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군사당국 간 대화는 '이른 시일 안에'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담겼다. 더욱이 북측 합의문안에는 북한 군부의 입김을 의식한 듯 "자기 측 군사당국에 건의한다"고만 돼 있어 실제 이행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가족 상봉은 추석 직전 구체적인 날짜에 의견이 접근했으나 준비문제 등을 감안해 공동보도문안에 못박지는 않았다. 상봉단 규모와 상봉절차는 4차 이산가족 상봉 때의 관례를 따르기로 해 1백명씩의 방문단이 금강산을 사흘간 순차방문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회담이 막판 난항을 면치 못한 것은 경의선(京義線)철도와 개성~문산 간 도로연결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 때문. 회담 관계자는 "경의선 복원을 위한 북측 구간 공사 착공날짜를 공동보도문에 박아넣거나 최소한 이를 논의할 군사실무접촉 일자를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제시했으나 북측이 경의선 문제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열어 협의하자고 버텨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협추진위에서는 대북 쌀지원 문제와 함께 경의선 북측 구간 공사에 필요한 레일·자갈·침목 등 자재지원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쌀지원과 경의선 연결을 사실상 연계하고 있어 26일부터 열릴 경협추진위에서도 이 문제는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8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10월 중에 열기로 한 것은 장관급 당국대화를 다시 정례화하고, 이번에 합의된 사항을 중간점검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급물살 탈 남북관계=오는 26일 2차 남북 경협추진위원회의 개최를 시작으로 앞으로 두달여 동안 남북간 각종 회담과 행사가 숨가쁘게 진행되게 됐다. 서울 8·15 남북 공동행사를 위해 1백16명의 북한 대표단이 14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아시안게임 선수단 파견, 경제시찰단·태권도시범단 남한 방문 등이 어우러지면서 교류·협력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남북관계의 순항만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지난달 취한 경제개혁 조치를 뒷받침할 경제지원이 성사될 것을 기대했다.

◇구태 벗지 못한 회담운용=이달 초 금강산 실무접촉을 통해 의제조율 등을 마쳐 효율적인 회담운영이 기대됐지만 회담과정은 기대에 못 미쳤다.

12일 첫 회의는 서해교전 사태를 둘러싸고 남측이 일정 수준의 사과표현을 담아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북측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두시간 지연됐다. 또 마지막 전체회의도 막판 힘겨루기 때문에 7시간 늦춰졌다. 전체회의보다는 비공개 막후 접촉에 의존해 투명성이 덜했다는 것도 문제다. 풍성하게 포장된 합의문안이 이미 25차례의 남북당국 간 회담에서 재탕삼탕식으로 다뤄졌던 사안이란 점에서 정부는 '합의보다 실천'이란 정부의 회담원칙이 무색해졌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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