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방화 용의자' 대책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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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40대 노숙자를 긴급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각 인터넷 사이트에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된 노숙자에 대한 근본적으로 검토없이는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지난 국정감사 기간 국회에 제출한 서울역 인근 노숙자 범죄에 대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노숙자 범죄는 음주소란이나 노숙자간 폭력, 소액 절도 등 주로 '경미한'사안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부에서 취약계층인 이들의 명의를 이용해 신용카드나 휴대전화를 만드는 등 오히려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2003년 6월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한 40대 노숙자가 아무런 이유없이 승강장에 서 있던 여성을 갑자기 선로로 밀어 전동차에 치여 숨지게 한 사건이나 같은해 7월 무궁화호 열차에서 노숙자가 60대 노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 등 충격적인 범죄도 간혹 발생했다.

여기에 지하철 방화의 용의자도 노숙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노숙자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포감과 혐오감을 느끼고 있는가. 이들을 국가가 격리수용해야 한다"는 일부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회 부적응자에 대한 적극적인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 인권은 개인적 차원에서 다룰 문제고 노숙은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이니 사회적 안전을 위해 재활 및 수용시설에 강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칫 노숙자들을 일률적으로 예비 범죄자로 취급할 경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네티즌들도 많다. 한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남긴 임모씨는 "범인은 엄벌해야 하지만 혐의가 없는 사람에게 덮어씌워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가장 앞선 정보화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이런 불상사가 난 것은 정부와 철도에 큰 헛점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이번 사건이 이처럼 확대된 원인이 한 개인보다는 시스템의 결함에 있었음을 지적했다.

또"재활센터가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할텐데 노숙생활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그들이 정상 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 지가 문제"라며 현재의 노숙자 정책의 취약점을 지적하는 네티즌도 있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할때 누구나 노숙자나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포털사이트에 글을 남긴 네티즌은 "불안한 것은 나도 노숙자가 될 확률이 있다는 것이고, 그럴 경우 신나를 들고 지하철을 탈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넷중앙일보에 글을 남긴 대구의 이모씨는 "아직도 지하철을 타려고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한데 정말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된다"며 "정부가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도 안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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