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 갇힌채 수입 75% 뺏겨 性노예'인터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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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6월 연예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 러시아 여성 17명은 1년여 동안 악몽 같은 생활에 시달렸다. 이들을 초청한 알선업체측은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주택에 이들을 감금하고 날마다 윤락행위를 시켰다.

또 화대(花代)의 절반 이상을 알선비 명목으로 빼앗았다. 이들 여성이 갈취당한 돈은 2억원이 넘었다. 결국 알선업체 대표 朴모(47)씨 등이 지난달 경찰에 붙잡히고서야 이들은 끔찍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착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은 이들의 인권 침해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국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종사 규모=경찰청이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국내 불법체류 중인 외국 여성들을 파악한 결과 러시아·필리핀 등 두 나라 국적자만 5천53명(7월말 기준)에 이르렀다.

경찰은 "이들 중 상당수가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며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까지 포함하면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전체 외국인 여성은 1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찰이 최근 지방경찰청을 통해 외국인 여성을 많이 고용하는 미군기지 주변 유흥업소들을 파악한 결과 전국적으로 2백22곳의 외국인 전용 업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근무 여건=경찰은 경기도 등지의 유흥업소 종사 외국인들의 생활·근무 환경 등을 현장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은 화대·팁 중 50~75%를 알선업체·유흥업소 업주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한달 내내 일하고 받는 돈이 50만원에도 못 미쳤다. 경찰청 김강자(金康子)여성청소년과장은 "이들이 사는 집의 외부는 물론 내부에까지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대책=경찰청 관계자는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착취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12일에 발간된 미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은 '한국 내 미군기지 주변 유흥업소에서 러시아·필리핀 여성들이 감금생활을 하며 윤락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다뤘다.

지난 5월에는 미국 폭스TV가 한국 체류 외국인 윤락녀들의 비참한 생활을 방송했었다.

경찰청은 오는 16일부터 관련 유흥업소에 대한 일제 점검·지도에 착수하는 한편 영어·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인권 지킴이' 봉사자들과 함께 러시아·필리핀 여성들의 고충을 파악할 방침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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