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씨 TV로 돌아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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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거침없는 독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지식, 날카로운 풍자로 고전 강의에 새바람을 몰고왔던 철학자 도올 김용옥(金容沃·사진)씨가 TV로 돌아온다. 지난해 5월 "내 강의가 찬반의 희롱물이 되는 게 싫다"며 KBS '도올의 논어이야기' 강의를 중단한 지 1년3개월 만이다. 그가 1999년 말 '도올 김용옥의 알기 쉬운 동양고전-노자와 21세기'를 강의했던 EBS로 돌아와 다시 둥지를 틀었다.

29일 새로 시작하는 강의의 제목은 '도올, 인도를 만나다'. 도올은 인도철학과 초기불교를 나름대로 재해석해 소개할 예정이다. 강의는 총 28회며, 매주 목·금요일 밤 10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된다.

그가 세간의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방송 3사 대신 EBS를 택한 것은 학술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도올의 한 측근은 "지상파 방송에서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가다 보면 자꾸 재미 위주로 치우치기 쉽다"며 "EBS는 상대적으로 학술적인 내용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채널이라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올은 지난해 TV 강의를 중단한 뒤 붓다의 생생한 삶을 기록한 '팔리어(석가모니 생존 당시 언어)경전'을 접하고 올 초 한달간 인도를 여행했다. 인도의 성지 부다가야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도 했다. 도올은 이 과정을 정리한 책 『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 출간에 맞춰 지난 10일 동국대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이번 EBS 강의에선 방청객을 선착순으로 입장시키지 않고 수강생을 따로 모집할 계획이다. 인도 철학과 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노자 강의에 이어 연출을 다시 맡은 유규오 PD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인도 철학이 이번 강의를 통해 좀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라며 "많은 팬들이 기다렸던 만큼 제2의 동양학 열풍이 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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