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할 말 있다 "사채업자 90% 도태되거나 숨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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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부업법 시행은 사금융(사채)업자들에게 1982년 장영자 사건, 93년 금융실명제 실시에 버금갈 정도로 큰 충격을 줄 것입니다."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 유세형(柳世馨·사진)회장은 "법시행 이후 기존 사금융업자의 90% 이상이 도태되거나 지하로 숨고 영세민만 고통받을 것"이라며 "사채가 필요악이라면 악을 고쳐 나가야지 무조건 때려잡으려 하면 부작용만 낳게 된다"고 말했다.

柳회장은 "사채 하면 흔히 폭력·탈세·고금리를 생각하지만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못빌리는 상인 같은 사람들에게 돈을 융통해 주고, 영세민들의 긴급 생계자금을 빌려주는 순기능도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영세민이 갑자기 아이 수술비가 필요한 경우 사채마저 못 쓴다면 더 큰 사회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금융업자들이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도 내도록 유도하는 게 옳다"며 "일단 이자율 제한에서는 숨통을 터준 뒤 점차 낮은 이자율로 합법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柳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채 이자율이 낮아지려면 자금조달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전주(錢主)들에게 고리로 돈을 꿔오면 높은 금리에 돈장사를 할 수밖에 없지만 금융기관에서 정식으로 돈을 빌리면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업자들 개개인의 신용은 약하기 때문에 뭉쳐서 대형화하거나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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