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기상이변 부른'거대한 오염구름' 나무·동물 배설물 연료가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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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지역이라고 믿어온 히말라야의 고산지대마저 갈색의 짙은 구름띠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이 기상학자들의 공동연구로 확인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남아시아 대륙의 거의 전부를 3㎞ 두께로 뒤덮고 있는 오염 구름층이 히말라야 산맥에까지 확산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구름띠가 최근 수년간 남아시아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온 기상 이변의 주범이라고 밝혀 여태껏 알려진 기상재해의 메커니즘과는 다른 설명을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기상학자들은 인류의 산업활동과 일상생활에서 사용된 석유·가솔린·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축적돼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설명해 왔다.

이에 따라 해수면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바람과 구름 형성에 영향을 미쳐 홍수와 가뭄을 불규칙적으로 초래하는 엘니뇨 현상 등 기상재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확인된 아시아의 갈색 구름층은 대부분 목재와 동물의 배설물 등을 연료로 사용함에 따라 생겨난 것이다.

오존층 파괴를 가장 먼저 규명해 노벨상을 받은 독일의 파울 크루첸 박사는 "대기오염을 말할 때 화석연료를 유일한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집안 난방과 같은 오염원도 중대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오염된 구름층은 직접적으로는 지표면과 바닷물의 온도를 오히려 낮추는 역할을 한다. 미세한 알갱이들이 뭉쳐져 만들어진 갈색 구름층이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햇볕의 양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수년동안 측정을 반복한 결과 차단된 일조량이 10~1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자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인도에서 계속되고 있는 농산물 흉작도 오염 구름층으로 인한 일조량 감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UNEP의 설명이다. 지표면과는 반대로 갈색 구름층 상층부의 온도는 높아지게 된다. 구름층이 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계절풍과 결합해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구름띠가 남아시아 이외의 지역의 기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비슷한 구름띠가 지구촌의 다른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 구름띠의 이동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아시아의 오염 구름이 전지구 차원의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예영준·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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