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동물 돕고파" 美 뉴욕주 '풍선제한법' 주도한 사라 김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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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될 거예요."

최근 미국 뉴욕주의 한 카운티 의회가 '풍선제한법'이라는 이색 동물보호법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인 소녀 사라 김(9)이 방학 중 우리나라에 왔다.

<본지 8월 10일자 8면>

이 법률의 골자는 동물들이 폐(廢)풍선 조각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행사에서 한꺼번에 하늘로 날릴 수 있는 풍선 수를 25개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金양은 "선생님이 애쓰시고 부모님이 격려해 주셔서 좋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의원 아저씨들도 '참신한 아이디어'라며 자상하게 대해 주셨다"고 말했다.

-법안을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학교(롱아일랜드 서퍽카운티 나사캣초등)에서 지구환경의 해에 걸맞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우리 반에서는 선생님과 급우 스물한명이 모두 나서 인터넷과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하면서 폐풍선을 삼키고 시름시름 앓거나 죽는 동물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죽은 돌고래와 바다거북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입법 청원은 어떻게 했나.

"선생님의 지도로 친구들과 역할을 나눠 카운티 의회와 주 의회의 환경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이 동물들을 살려달라는 편지와 e-메일을 보냈다. 우리는 어른들보다 논리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표어를 만드는 등 정성을 쏟아 편지 봉투와 편지지를 꾸몄다. 관심을 보인 의원 아저씨 일곱명이 우리 학교를 찾았을 때는 친구 다섯명과 함께 수차례 토론하며 연설문을 만들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시의회 입법 공청회에서 증언했다."

-어떤 증언을 했나.

"우리는 모두 풍선을 좋아하는 나이의 학생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풍선 때문에 힘없는 동물들이 죽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金양은 이 부분에서 자신은 대표로 나섰을 뿐 증언의 주요 내용은 친구들과 토론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스물다섯개도 너무 많으며 다섯개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풍선·가스 생산업체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초조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해부터 집에서 햄스터를 키운다. 참 귀엽다. 이 햄스터가 새끼를 낳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얼마 후 몇마리가 죽어 가슴이 아팠다."

지난 7일 서퍽카운티 의회를 통과한 풍선제한법은 현재 뉴욕주 의회에 상정돼 심의 중이다. 김영대(45·식품점 운영)·김미숙(39)씨의 1남1녀 중 막내인 金양은 지난해 지역 영재학교 선발시험에 합격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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