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市長 금연정책'꿩먹고 알먹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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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취임 후 선포한 '담배와의 전쟁' 1라운드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전임시장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범죄와의 전쟁'으로 호평받은 데 비해 블룸버그는 담배를 주된 공격목표로 삼아왔다. 그는 사업가 출신답게 금연정책에도 철저하게 시장원리를 적용했다. 담뱃세를 대폭 올림으로써 흡연자들이 담배에서 손을 떼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갑당 8센트이던 뉴욕시 담뱃세를 1달러50센트로 인상한 결과 종전에 갑당 5달러이던 담배의 소매점 가격은 7달러(약8천4백원) 수준으로 뛰었다.

당연히 뉴욕의 애연가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싼 담배를 찾아 인근 주들로 원정구매에 나서거나 인터넷을 통해 저가 담배를 주문하기도 하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덕분에 뉴욕시의 지난달 담배 판매량은 1천5백60만갑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6.6%나 줄었다.

반면 담뱃세 수입은 1천2백30만달러로 늘었다. 그것도 절반을 뉴욕주 정부에 뚝 잘라 줘서 그렇지 당초 2천3백만여달러나 걷혔다. 블룸버그로서는 담배 소비를 억제해 시민건강을 증진했다는 칭찬을 받고 주정부에 선심까지 쓰고도 짭짤한 수입을 올렸으니 꿩먹고 알먹는 장사를 한 셈. 블룸버그는 한술 더 떠서 지난 9일 '금연과의 2단계 전쟁'을 선포했다.

뉴욕시내 식당에서 흡연을 완전히 금한 것이다. 1995년 제정된 뉴욕의 공공장소 금연법은 35개 이상의 좌석을 보유한 식당에서는 금연해야 하지만 식당 내 주류 코너(칵테일 바)에서의 흡연은 허용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식당이 주류코너를 설치해 흡연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흡연이 전면 금지될 경우 뉴욕시내 1만3천여 식당·주점이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블룸버그는 "식당이나 주점도 근로현장이므로 이곳 종사자들도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처럼 간접흡연의 폐해에서 벗어날 권리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시민 건강을 내세워 흡연자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한 정책을 편다"는 볼멘 소리도 있지만, 뉴욕 언론들은 대체로 블룸버그의 정책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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