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게 씐 악령을 물리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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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엑소시스트 (EBS 밤 10시)=이 영화는 열두살 소녀의 몸에 들어간 악령을 퇴치하는 신부를 통해 신과 악마의 사투를 보여주고 있다. 피가 사방으로 튀는 슬래셔 무비류의 잔인함은 없지만 소름 돋는 음향 효과와 서서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솜씨 있는 연출로 공포영화의 고전이 됐다. 영화의 절반 가량인 한시간이 지날 때까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진행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이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은 이 영화를 만들기 2년 전 30대 초반의 나이로 '프렌치 커넥션'을 연출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던 유망주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볼 거리는 악령 들린 소녀가 침대를 들썩이며 발작하는 모습이다. 눈동자의 빛깔이 변하고 목소리가 바뀌는 그녀의 변신은 매우 리얼하다. 소녀가 신부에게 오물을 내뱉는 장면 등은 지난해 개봉한 '무서운 영화2'에 고스란히 패러디됐다.

미국 조지타운에 사는 여배우 크리스(엘렌 버스틴)의 딸 리건(린다 블레어)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난다. 수십명의 의사에게 보여도 병명을 알 길이 없다. 급기야 크리스의 남자친구가 리건을 간호하다 추락사한 시체로 발견되고 귀엽던 리건의 얼굴이 흉칙하게 변한다. 크리스는 카라스(제이슨 밀러) 신부를 찾아가 악마를 쫓아내는 주술을 행해달라고 부탁한다. 아카데미 각색상과 녹음상을 받았다. 1973년작. 원제 The Exorcist. ★★★★(만점 ★5개)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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