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 소프트 코리아] 2. 한국 소프트의 힘 … 깐깐한 소비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깐깐한 소비자 눈치 안 볼 수 없죠"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이너들이 작업실에서 휴대전화.모니터 등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박종근 기자

"국내에서 인정받고 해외시장에 나가면 마치 달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떼고 달리는 느낌입니다."

디지털 음향기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깐깐한 눈높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소비자들이 높은 안목으로 검증한 상품은 어디에 내놔도 통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상일 책임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트렌드에 민감해 한 제품이 뜨면 눈덩이처럼 소비가 불어난다"며 "기업들로서는 신제품 개발 외에 마케팅과 디자인 등으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 같은 디지털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은 '기기 변경' 욕구다. 멀쩡한 기기가 있어도 최신 기능이나 혁신적인 디자인의 신제품이 나오면 바꾸지 않고 못 견디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평균 교체 주기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수준인 18개월이다. 젊은 소비자는 1년 미만이다. 세계적으로 100만 화소 제품이 일반적인 카메라폰도 국내에선 500만 화소까지 나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인터넷 인프라는 소비자들의 안목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는 동시에 인터넷 게시판에 네티즌들의 제품 사용 후기나 장단점 분석이 올라오는 등 실시간 소비자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제일기획 남승진 차장은 "국내 '얼리 어답터(제품을 먼저 구매해 평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주위에 전파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테스트 마켓'으로 삼는 것도 국내 소비자들의 이러한 깐깐함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제품을 선보여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