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내리면 뉴욕증시 살아날까 양론 있지만 큰 기대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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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주식 투자자들의 눈이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입을 향하고 있다. 오는 13일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미국과 한국의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기폭제가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FRB가 이번에 금리를 내릴지는 확실치 않다.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최근 미 투자은행 등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는 대세'라는 인식이 슬금슬금 확산되면서 FRB가 주가를 끌어 올릴 '구원 투수'의 역할을 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하로 뉴욕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면 국내 증시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하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세계 주식시장이 잠깐이나마 급등했던 이유는 테러 이후 미 FRB와 정부가 보여준 경기부양 의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같은 침체장에서도 FRB가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가라앉고 시장도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리먼브러더스 등이 "금리가 수개월 안에 1%로 낮아질 것"이라고 잇따라 전망한 뒤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동부증권의 김성노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FRB가 금리를 내릴 경우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장은 한국이었다"며 "이번에 금리를 추가로 내리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포스코 등을 사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들은 1998년과 지난해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금리를 내렸을 때 세계 시장에 잘 알려진 국내 우량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했다. 금리 인하로 미국내 소비가 늘어나면 인지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고 자연스레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리 인하에 따른 주가 상승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는 1.75%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라는 이유 때문이다. 금리를 내리는 이유가 소비를 늘리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면 지금의 금리 수준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미국은 지난해 열한번에 걸쳐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현재 금리는 4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증시를 떠 받쳐주지는 못했다. S&P 500 지수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34%나 빠졌다.

동원증권의 서동필 연구원은 "현재 미 금리는 석유파동과 90년대 초 경기 침체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금리를 내려 얻을 수 있는 정책 효과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가 오히려 투자심리를 가라 앉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이 "얼마나 경제가 좋지 않으면 또 금리를 내리느냐"며 비관적 시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국내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 투자한 자금이 금리가 높은 곳으로 빠져 나가면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 관련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현투증권의 최정식 연구원은 "FRB가 금리를 내릴 경우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많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지만 이같은 부정적 효과는 이미 주가에 많이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美 금리인하, 증시에 어떤 영향 미칠까

▶"큰 효과 없다"

·실질금리 마이너스여서 약효 떨어짐

·더블딥(이중침체)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만 될 뿐

·(국내영향)저금리 기조→달러화 약세→수출 관련주 타격

▶"긍정적 역할"

·경기부양 의지 보여 투자심리 안정

·금리인하의 부정적 효과(더블딥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

·(국내영향)금리인하→미 소비 증가→한국 수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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