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大選 승부처 수도권서 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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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8 재·보궐 선거 이후의 정치권은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선을 불과 넉달 앞두고 치러진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의 향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환골탈태(換骨奪胎)하지 않으면 다시 정권을 잡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패배의 내용도 민주당 입장에선 악성이다. 민주당은 대선 승부가 걸린 수도권 7곳에서 전패했다. 종로와 금천에선 각각 30%포인트, 인천서·강화을에서는 50%포인트 가까운 표 차이로 졌다.

지난해 10·25 재·보선과 지난 6·13 지방선거에 이은 세번째 완패다. 게다가 선거 직전 맹렬하게 몰아붙였던 한나라당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 즉 '신병풍(新兵風)'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반면 한나라당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국회의석도 원내의석(2백72석)의 절반을 넘어서는 1백39석을 확보했다.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을 앞둔 가운데 정국 운영의 고삐를 틀어쥔 셈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무기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와 권력형 부정 부패 등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제 도입 등을 강력히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회창 후보는 당의 안정과 지지자들의 자신감 고양 등을 바탕으로 발빠르게 대선 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됐다.

결국 민주당은 '이회창 5대 의혹' 추궁을 앞세워 후보에게 제동을 걸려고 하고,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서부터 金대통령을 압박해 이를 뿌리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립과 충돌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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