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일군 '진정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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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우연히 '훙밍푸(洪明甫·홍명보)'라는 이름이 나오면 그들은 대개 엄지손가락을 먼저 하늘로 치켜든다.'진시산(金喜善·김희선)'이라는 이름이 들리면 중국 아가씨들은 "너무 예쁘죠?"라고 되물으며 잔뜩 부러운 표정을 짓는다.

축구 이야기를 즐겨하는 베이징(北京)의 택시 기사들은 한국 축구스타들의 신상명세를 훤히 꿴다.

"(독일에 진출한)차두리가 아버지(차범근)만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석주, 왼발 프리킥 하나만은 기막혔지…"라는 식이다.

탤런트 원빈은 중국에서 '여자보다 더 귀엽게 생긴 남자'로 꼽히는가 하면, 배우 장동건은 '홍콩의 앤디 라우(德華·유덕화)보다 더 남자답게 생긴 남자'로 통한다.'남색생사련(色生死戀)'이란 제목으로 중국에서 방영된 '가을동화'의 주인공 송혜교와 송승헌은 요즘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들이다. 이 모두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 들어 퇴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류(韓流)가 남긴 족적들이다.

그러나 한국 바둑고수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창호(昌鎬)9단은 신(神)에 비유될 만큼 중국인 사이에서는 경외의 대상이다. 상하이(上海)에서 '가장 사위로 삼고 싶은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9단과 중국 선수가 맞붙어도 9단을 응원할 정도다.

조수진씨는 한국인이라는 점에선 이들 한류 스타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성공을 무기로 삼은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자신의 두 다리로 일어섰다는 점에서 '집안 스타'들과는 구별된다. 조수진씨의 성공이 더욱 값지게 여겨지는 이유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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