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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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지는 단연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이하 WSJ)'이다. 그러나 이 신문도 1884년 창간 이후 한동안은 뉴욕 주변에서만 팔리는 지역신문에 불과했다. WSJ를 오늘의 위치로 도약시킨 공신 중 하나가 '다우지수'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지수'가 본명인 다우지수는 WSJ 설립자인 찰스 다우가 1896년에 만들었다. 주식별 종가만 매일 실어서는 증시 상황을 단숨에 파악하고 싶은 독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데 착안했다. 처음에는 당시 증시의 블루칩이었던 철도회사 주식만 따로 모은 '철도평균 주가지수'와 일반 제조업 중심의 '산업평균 주가지수' 등 두종류를 만들었으나 20세기 들어 제조업의 시대가 열리면서 산업평균 지수가 대표 지수로 자리잡았다.

다우지수는 예나 지금이나 미국 경제의 대표기업들만을 엄선해 평균주가를 산출한다. 최초의 지수는 40.94. WSJ 편집진이 선정하는 종목수는 처음엔 12개였으나 1928년부터 30개로 확대돼 오늘에 이른다. 뉴욕증시 상장업체 일색이던 대상종목은 99년에 이르러서야 나스닥시장 종목이지만 '신경제'를 대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포함시켰다. 다우지수 1백6년사에서 터줏대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종목은 단 하나, 제너럴 일렉트릭(GE) 뿐이다.

미국 경제와 영욕을 함께 해온 다우지수가 최근 들어 다시 수난을 당하고 있다. 9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다우지수는 21세기 들어 신경제의 거품이 꺼진데다 회계부정 등이 겹치는 바람에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5일자 WSJ는 '증시는 과연 바닥을 쳤나'라는 특집기사에서 최근의 하락장이 낙폭면에서 30년대 대공황 이후 다섯번째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90년대 상승장의 정점이었던 2000년 1월 14일(11,722.98)부터 최근 저점(低點)인 지난 7월 23일(7,702.34)까지 9백20일간 34.3%가 떨어졌다. 29년 9월부터 32년 7월까지 1천38일간 무려 89.2%가 떨어졌던 대공황 당시의 기록에 비하면 아직 절망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지난 7월이 바닥이었는지,아닌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 고민이다. 8월은 최근 하락장에서 다우지수의 바닥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우지수의 수난이 이쯤에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월 스트리트만의 희망이 아닐 것이다.

손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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