歌客 장사익의 '대~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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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전통에서 현대를 가로지르는 우리 시대의 '가객(歌客)' 장사익(53·사진)씨가 8월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국악도 대중가요도 재즈도 아닌 장사익 특유의 노랫가락을 70인조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에 얹어 들려줄 예정이다. 지난해 보스턴팝스 오케스트라·서울시향 등과의 협연에서 미비했던 점을 보완해 새롭게 마련한 무대다.

"오케스트라라는 게 서양악기가 모였을 뿐이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군요. 악기 하나하나는 소리가 여린 것 같은데 모이니까 힘이 있어요." 그의 자그마한 체구를 보면 어떻게 '찔레꽃'같이 카리스마 넘치는 노래가 나올까 싶다. 하긴 그것이 어찌 하루 이틀의 공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의 정식 가수 데뷔는 서울 세실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던 1994년 11월이다. 하지만 64년 충남 광천에서 상경한 이래 그는 음악학원 등을 다니며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 군대를 다녀온 뒤엔 무역회사·보험회사·자동차 정비소 등을 전전하며 10여년간 단소와 피리, 태평소와 대금 등 우리 소리를 익혔다.

마침내 '백수'가 돼 태평소를 든 그는 93년 전국민속경연대회와 95년 KBS국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아 정통 국악 연주가로서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는 와중에 동년배인 피아니스트 임동창, 기타리스트 김광석씨의 권유로 가수의 꿈을 이룬 것이다.

"원래는 공연 제목을 '산 위에서 부는 바람'으로 하려고 했어요. 여름날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주는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마침 공연날이 8월 15일인데다가 월드컵 열기도 남아있으니 이렇게 제목을 붙이자고 하더군요. 거참 쑥스럽게…."

서곡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준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레퍼토리가 특별한 건 아니다.그저 자신의 '토종' 소리와 나름대로 의미있는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우리 민족과 통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를테면 상여 소리를 담은 노래 '하늘 가는 길'의 경우 합창단의 장엄한 코러스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어우러져 한국적인 소리의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가슴 뭉클한 '아버지'나 잔잔하게 시작해 후반부에선 록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꿈꾸는 세상'도 그가 강력히 추천하는 곡이다. "환경 문제를 다룬 노래 '꿈꾸는 세상'은 바로 제 마음 같아요. 높고 푸른 하늘에, 베풀고 나누는 세상이야말로 제가 꿈꾸는 거죠."

그는 이번 공연에서 '꿈꾸는 세상' 외에도 '여행''낙화' 등 새 노래들을 서너곡 부른다. 관객들의 반응을 봐서 이르면 올 가을쯤 네번째 음반도 낼 예정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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