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車 주문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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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BMW 코리아의 직원들은 주문을 제때에 대지 못할까봐 휴가철인데도 비상근무 중이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4일 "한달에 두번 운항하는 자동차 운반선박만으로는 밀리는 주문을 대기 어려워 컨테이너선을 매월 두세 번 추가로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에는 1천1백대를 들여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소 한달에 평균 5백대를 들여왔으나 이달에는 갑절이 넘는 물량을 들여오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올 1~7월 2천6백89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30%를 웃도는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같은 기간에 1천6백60대를 판매해 수입차 업계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치고 2위에 오른 한국도요타측은 "일부 모델의 경우 1년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다섯 배가 넘게 팔려 나갔다"며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본사에서 다른 국가에 배정된 물량을 빼앗아오다시피 하면서 가까스로 물량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배기량 2천9백95㏄급의 중형차인 렉서스 ES300(가격 5천5백30만원) 한 모델만으로 올 1~7월 중 1천65대를 팔아 단일 모델로는 최고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수입차가 한달에 1천대 이상 팔리는 돌풍이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1987년 자동차 시장을 개방한 이래 처음 있는 현상이다.

올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모두 8천6백3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천2백50대)의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연말에나 1%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미 1.15%에 달했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판매대수가 1만5천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차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다양한 할부 금융과 적극적인 중고차 매입제도의 혜택을 주고 있는 수입차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인식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수입차를 구매한 직장인 송경남(32)씨는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많이 완화됐다"면서 "평범한 국산차보다 개성이 뚜렷한 외제차가 매력적이어서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는 판매량·시장점유율 등에서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다양한 할부금융과 판촉행사를 경쟁적으로 펼치며 고객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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