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던지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예수가 어느날 한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다. 광장에서 마을사람들이 한 여인을 둘러싸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겁에 질린 표정의 여인은 간음을 한 죄인이라고 했다. 욕을 퍼붓던 사람들은 급기야 저마다 돌을 집어들고 여인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예수가 나섰다. "너희들 중 죄없는 자 이 여인을 돌로 쳐라."

찔끔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손에서 돌을 놓고 광장을 떠났다. 그러나 한 중년여인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이 버린 돌까지 주워다 계속해서 던져댔다. 난감한 기색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예수가 마침내 입을 뗐다."엄마, 이제 그만좀 하세요." -성경(요한복음)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에게 돌 던지기' 일화를 빗댄 유머다. 천주교에서는 예수의 모친 마리아를 원죄(原罪)조차 없는 순결한 존재로 본다.

총리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 장상(張裳)씨는 사흘 전 인사청문회에서 "하나님 앞에서는 부끄러움이 있지만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움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사실 적어도 법적으로는 큰 잘못이 없어 보였다. "여기 앉은 분 누구도 결백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나 집중적인 도덕성 공세에 결국은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처럼 능력보다 도덕성 따지기에 치우친 '한국적 청문회'는 고려·조선시대의 서경(署經)제도를 연상케 한다. 서경은 왕이 관리를 임명할 때 반드시 대간(臺諫)의 서명을 받도록 한 제도였다. 조선의 경우 관리임명 대상자는 부계 4조(祖)·모계 4조를 기록한 서류를 대간에게 내야 했다. 관직에 따라서는 처가의 4조까지도 제출했다.

대간은 우선 대상자의 조상 중 서얼이나 죄를 받고 복권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를 따졌다. 본인이나 친·인척의 행실도 문제삼았다. 예를 들어 조선 태종 때의 장진(張晉)이란 이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장가를 들었다는 이유로 사헌부 관리 임용을 거부당했다.

조선시대 이후 한국사회는 식민지·전쟁·압축성장·민주화 진통 등 파란의 현대사를 엮어왔다. 제아무리 깨끗한 사람도 몇대에 걸쳐 현미경을 들이대면 먼지가 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도덕의 잣대로만 재서는 곤란한 이유다. 청문회에서 엿보인 장상씨의 이상(異常)감각은 답답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사회 적지 않은 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노재현 국제부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