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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 소프트 코리아] 1. 아시아 역사의 아픔 녹인 한국 소프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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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아시아인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아시아 각국에서 우리나라를 찾아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유학생 1000여명에게 물어 보았다.

◆ 일본인 8%는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어"=드라마나 영화를 본 후 '한국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유학생이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본지 특별취재팀.여론조사팀이 지난해 12월 건국대.경희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의 한국어학당 등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아시아 출신 유학생 107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나빠졌다'는 답은 2.6%에 그쳤다.

특히 40대 이상의 나이 든 층에서 '좋아졌다'(67%)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에 대한 장년층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0대에서는 '변화가 없다'(63%)는 답이 다수. 한국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평가는 일본(57%)이나 중국(48%)보다 베트남.몽골 같은 나라들(66%)에서 더 높게 나왔다. 유학생 10명 중 3명은 '한국 드라마.영화를 본 게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여성 유학생의 6.1%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고 답했다. 일본인은 8%가 "한국인과 결혼하려고 배운다"고 응답했다.

◆ 이런 매력으로 통했다=한국 영상물의 장점은 뭘까. 유학생의 31%는 '박진감 있는 전개'를 꼽았다. 다음은'다양한 장르-풍부한 배우-할리우드식 내용'순이었다. 몇몇 스타가 아닌 '스토리'가 매력이라는 것이다. KBS 글로벌전략팀의 은문기 팀장은 "우리 영상물은 할리우드의 틀을 활용해 아시아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특정 스타보다는 전체적인 내용물에서 경쟁력이 우러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소프트산업팀장)는 지적도 나온다. 유학생들은 한류를 가능케 한 제1의 원동력으로 '한국인의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기질'(34.9%)을 들었다. '춤과 노래를 즐긴다''오랜 문화전통'등도 꼽혔다.

기대와 달리 미래에 대한 점수는 그다지 후하지 않다. 절반이 넘는 유학생들(56%)이 '한류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라며 조건부 성공론에 손을 들었다. '상당히 오랜 기간 계속될 것'(24%)이란 답은 많지 않았다.

한국 소프트의 경쟁력을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답한 데는 경계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콘텐츠진흥원 김태훈 과장은 "소수 문화인 쿠바 리듬이 세계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한류도 이젠 장기적인 생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본인 1200만명을 움직였다=일본의 NHK 방송사도 지난해 가을 2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겨울연가'를 보았다는 일본인 중 26%가 '한국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는 10%가 한국의 인상이 (좋게)변했다고 답했다. 일본 인구가 1억2600만명이므로 '겨울연가' 한 편이 무려 1200만명이 넘는 일본인의 한국관을 바꿔 놓은 셈이다.

'한국에 대한 흥미가 커졌다'(22%), '한국 문화에 대한 평가가 변했다'(13%)는 응답도 많았고, '겨울연가'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 답한 비율은 45%나 됐다. '겨울연가'의 인기 요인으로는 스토리(63%)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음악-배우-등장인물-영상이 이어졌다(복수 응답).

◆ 특별취재팀=노재현 문화부장(팀장), 이세정 경제부 차장, 유상철 국제부 차장, 안혜리.정현목.김준술.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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