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정부 부적절한 역사평가-교과서 파문 확산>임기 중 정권美化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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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현 정권에 대해 대조적인 평가를 해 파문을 일으킨 내년도 고교 2·3학년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4종)가 다시 손질을 받게 됐다.

하지만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은 정권에 대한 평가가 담겼다는 점, 특히 그에 대한 기술내용이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된 채로 검정을 통과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7차교육과정에서 국사 과목에서 분리해 처음 도입된 것으로 민간 출판업체가 처음으로 만든 국사 교과서다.

따라서 제작과정에서 근현대사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나 검증, 토론이 이뤄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던 것이 우선 문제로 지적된다.

현대사 교과서의 기술 시점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어느 시기까지 다뤄야 하는 가를 놓고 역사학계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왔다. 교육인적자원부도 현재의 교육과정이나 역사 교과서 검증 기준에 현 정권까지 기술할 지 여부에 정해 놓은 것이 없는 상태다.

역사학자들은 역사 교과서가 당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현 정권을 미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나의 사건이나 정권에 대한 평가는 일정 기간 검증을 거쳐야 하며, 특히 자라나는 세대의 역사인식을 형성하는 역사교과서에선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청소년들에게 특정 정권에 대한 편견이나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권중달 교수(사학과)는 "역사는 일반적으로 한 세대는 지나야 관계된 사람의 영향에서 벗어나 제대로 기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權교수는 "현 정권에 대한 역사 기술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역사를 보는 것"이라며 "결국 정권 미화라는 잘못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역사교과서에서 현대사에 관한 기술은 제주도 4·3사건,4·19혁명, 5·16군사쿠데타·광주민중항쟁 등에서 보았던 것처럼 당시 정권에 의해 영향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상당수 역사학자들은 근현대사 교과서의 기술은 일정기간 이전까지의 시대로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현재 역사책으로 다룰 수 있는 시기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있는 1980년대까지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건국대 이주영 교수(사학과)는 "역사는 이미 지나간 시절을 다루는 것인만큼 현 정권에 관해서는 다루지 않는게 바람직하다"며 "자칫 정권을 의식하면서 의도적으로 기술된 역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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