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업 허용 계속 늦어지자 애타는 국내銀 신나는 외국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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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외국계 금융회사가 틈새 대출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연리 90~1백% 안팎의 대출시장에 일본계 대금업체가 몰려들더니 이달 들어 연리 20~30%대의 대출 시장에 미국계 씨티파이낸셜이 공격적 영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장에 진출하려던 국내 은행들은 정부의 대금업 진출 여부에 대한 결정이 늦어져 속만 태우고 있다.

씨티그룹의 자회사인 씨티파이낸셜은 지난 4일 서울 명동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지난 22일 대전에 2호점, 29일 대구에 3호점을 냈다.

다음달 2일 광주에, 다음달 말에는 부평에 지점을 낼 예정이다. 김홍식 대표이사는 "연말까지 8개 안팎의 영업점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업을 확장한 것은 명동점에서 시험영업을 한 결과 연 24~36%의 소액 급전대출 시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금리(연 20% 초반)와 할부금융사·상호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금리(연 40%대) 사이에 생긴 틈새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최장 3년 동안 나눠 갚을 수 있어 월급 1백만원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생활·사업자금을 마련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은행들은 대금업 진출 준비를 마친 뒤 금융당국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를 통해 평균 2백만원을 연25% 이상에 대출한다는 전략이다.

국민·한미은행 등도 은행의 대금업 진출에 대한 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느라 자회사 설립을 늦추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19일 간담회를 열고 은행에 대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을 받는 할부금융자회사의 설립을 허용하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최종 결정은 하지 않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금융시장의 전체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3백64조5천억~3백83조5천억원으로 은행들이 대금업에 진출할 경우 이 중 적게는 1백조원, 많게는 1백20조원의 시장이 대금업체들의 표적이 될 전망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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