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그리워 회사 새벽출근 열대야 이기려 달빛아래 조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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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흘째 계속되고 있는 무더위·열대야가 시민들의 생활리듬까지 바꿔놓고 있다.

아침에 즐기던 조깅과 등산이 오후 8시 이후 밤시간대로 옮겨가고 열대야로 잠을 설친 직장인들은 냉방이 잘된 사무실로 일찍 출근해 토막잠을 청한다.

더위에 지친 주부들은 외식이나 배달음식으로 가족들의 식사를 해결하고 있으며, 직장에서의 작업능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밤낮없는 더위가 앞으로 10여일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흔들리는 생활리듬=서울 한강,진주 남강,전주 전주천·삼천 등 도심 강변 마라톤 코스에는 오후 10시 이후 소위 '야깅'을 즐기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한밤에 땀을 흘린 뒤 잠을 청해 보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아 새벽에 조깅을 즐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송경진(41·교사·전주시 서신동)씨는 "밤바람을 맞으며 천변을 달리다 보면 더위를 잊게 되고 건강까지 챙기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며 "며칠 전부터는 가족들도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曺모(41·춘천시 후평동)씨는 29일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 7시10분에 출근했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에어컨이 잘 들어오는 사무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토막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더위에 따른 무기력증=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백화점 식품부와 식당가 등에는 점심·저녁 무렵 주부 고객들로 문전성시다. 간단한 음식이나 밑반찬을 구입하려는 더위에 지친 주부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직장 업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인천시 남동공단 내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金모(41)씨는 "무더위에 직원들의 업무 능률이 형편없지만 무더위가 너무 심해 작업을 독려조차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기원·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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