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LG의 2차전지 미국 공장, 세계 선두 계기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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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LG의 미국 미시간주 공장 기공식은 여러모로 뜻깊은 사건이다. 이 공장은 연간 전기자동차 6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2차전지 공장이다. 우선 LG가 2차전지 양산체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의미가 크다. 충북 오창에 건설중인 것까지 합치면 연산 26만 대 체제가 된다. 세계적으로 2차전지를 양산(量産)할 수 있는 기업은 5~6곳에 불과하다. 이 중 한국 기업은 LG화학과 SB리모티브(삼성SDI 자회사) 등 두 곳이다. 일본 파나소닉, 중국 BYD 등과 더불어 향후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게 자명한 상황에서 LG는 선두로 치고 나갈 계기를 잡았다.

또 자동차용 2차전지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산업이다. 반도체가 지금의 먹을거리라면 2차전지는 미래의 먹을거리다. 잠재적인 시장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전기차의 올해 세계시장 규모는 8만여 대에 불과하지만 2015년 78만 대, 2020년 266만 대 등으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이 글로벌 이슈가 된 이상 성장 속도는 이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이런 시장을 우리 기업들이 선점한다면 국내에 미칠 경제적 효과는 반도체 못지않을 것이다.

공장 기공식에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미국 대통령이 국내외 기업의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건 전례가 드물다. 그만큼 전기차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傍證)이다. 실제로 LG의 3억 달러 투자액 중 절반은 미국 정부가 지원한 돈이다. 여기에 1억3000만 달러의 세금감면 혜택을 감안하면 LG는 거의 공짜로 공장을 짓는 셈이다. LG가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GM, 포드와 공급계약을 이미 체결한 것도 눈에 띈다. 이 두 회사의 전기차에 LG 제품이 독점적으로 공급되는 만큼 경쟁기업보다 유리한 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LG로선 일본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주요 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 정부도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를 서둘러 갖춰줘야 한다. 각종 규제도 정비해야 한다. 2차전지가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관민이 합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