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이론의 大家 돈부시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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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제학계의 세계적인 석학 루디거 돈부시 미국 MIT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 자택에서 암으로 사망했다. 60세.

환율이론에 정통한 돈부시 교수는 1994년 멕시코의 페소화 붕괴를 정확히 예측하는 등 뛰어난 통찰력과 왕성한 활동으로 학계는 물론 국제 금융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세계 경제가 동시불황에 빠진 지난해 많은 전문가들이 "2002년 중반까지 미국과 유럽이 탄탄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자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99년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가 '한국이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없는 이유'란 글로 재벌개혁의 문제점을 공격하자 "오마에의 논리는 무지의 소치"라고 반격했다. 또 2000년에는 "한국은 관치주의가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관료들의 기업경영 간섭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27년간 MIT 교수로 재직한 그는 1백20여명의 박사과정 학생을 지도하는 등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지난 3월에는 논평과 에세이를 모은 『번영의 열쇠-자유시장·건전한 통화·약간의 행운』이란 책을 출간하는 등 저술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특히 95년부터 2년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으로 있으면서 중앙일보의 고정 필진으로 참여해 국제경제 동향과 한국경제의 진로에 관한 글을 정기적으로 싣기도 했다.

그가 20여년 전 스탠리 피셔 전 국제통화기금(IMF)부총재(당시 MIT 교수)와 함께 쓴 『거시경제학』은 10여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75년부터 MIT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78년 정교수가 됐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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