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面규모 마을서 국제적 회화축제 성공비결은 '교류의 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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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주민이 고작 3천명인 프랑스 남서부의 마니에는 매년 7월이면 국제적 문화도시로 탈바꿈한다. 유럽 각지의 화가들과 미술 애호가들이 미술도구를 들고 파리에서 4백30㎞나 떨어진 이 마을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녹색의 베니스'라고 일컬어지는 인근 푸아트뱅 습원지대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도 없는 이 마을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올해로 14회를 맞는 마니에 회화축제다.

20·21일 이틀간 벌어진 이번 행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30도가 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화가들은 이젤에 캔버스를 걸어놓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화단에서 제법 이름이 난 중견화가도 있고 아직 습작 수준에 머무는 초심자들도 있다. 회화축제의 공식 참가자가 3백여명, 이틀 동안 마니에를 찾은 관광객이 1만5천명에 달한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이 축제는 한마디로 참가 자격을 따지지 않는 사생대회다. 유화와 수채화, 데생으로 나뉘어 마니에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규칙이다.

우리나라 면(面)정도 규모에 불과한 마을이 개최하는 '사생 대회'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단순한 경쟁을 넘어 비슷한 화풍을 지닌 화가들이 만나고 의견을 교환하는 마당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첫날 저녁에 참가자 전원을 초대하는 야외 만찬을 베푼다. 식탁과 의자들로 가득 찬 대광장에서 밤새 미술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다. 그것은 곧잘 둘째날 만찬까지 이어진다. 관광객들이 토론에 끼어드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독일 출신 화가인 야니 운터그룬(39)은 "낯선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3년째 마니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대 전시회에는 한국의 원로화가 이규화 화백과 조각가 박찬갑 화백의 작품이 전시됐다.

마니에 축제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후원자도 크게 늘어 25개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이번 행사를 후원했다. 정치인들도 앞다투어 얼굴을 내민다.

행사를 주최한 마니에 발전협회의 클로드 오디 회장은 "성공은 아이디어 나름"이라는 말로 마니에 축제의 설명을 대신한다. 그것은 25명이 참가했던 첫 행사를 국제적 회화축제로 키워낸 노하우이기도 하다.

마니에=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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