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연기금 독립된 운영장치 만들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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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원칙적으로 금지.제한됐던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가 전면 허용됐다. 이로써 각종 연기금은 여유자금을 보다 다양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됐으며, 증시나 부동산에 대한 자금 유입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 부담도 커졌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미래와 직결돼 있다. 그런 만큼 이로 인해 연기금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와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전문가 등이 제도 개정을 반대한 것은 과거처럼 정부가 주가 부추기려고 혹은 '한국판 뉴딜'같은 인위적 경기부양에 연기금 동원했다가 까먹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런 일을 예방하려면 연기금의 인사와 경영이 정부나 정치권의 간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연기금의 생명은 높은 수익과 동시에 안정성의 확보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수익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국민의 연금부담이 3.5% 감소한다. 국민연금은 여유자금이 현재 100조원을 넘고, 앞으로 1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큰손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런 기금이 안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큰손 역할을 제대로 하게 하려면 그 관리를 최고 수준의 실력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에 맡겨야 한다. 제도를 보완할 것은 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또 선물과 같은 고도의 위험상품에 대해서는 자산배분 상한선을 만들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위해 감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연기금에는 국민의 생존권과 행복권이 걸려 있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국민과 후손은 더욱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런 만큼 한 정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기금을 악.오용해서는 안 되며, 몇몇 전문가들이 실수로 손해 보는 일이 생겨서도 안 된다. 모든 가능성을 고루 감안해 완벽한 제도적 장치와 안전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