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싸고 편한데 은행은 왜 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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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부 김명남(38·경기 고양)씨는 올들어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은행에 간 적이 거의 없다. 인터넷뱅킹에 가입해 아예 집에서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보기 때문이다.

金씨는 신용카드 결제가 안되는 곳에 쓰기 위해 현금인출기(CD)·현금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찾으러 가끔 은행에 갈 뿐이지만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타행이체)할 때 내는 수수료도 창구 직원에게 직접 신청하면 건당 1천~3천원에 달하지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3백~5백원이면 된다.

인터넷뱅킹을 하기 전에는 전화로 은행업무를 보는 텔레뱅킹을 가끔 이용했으나 컴퓨터 앞에서 한번에 몇달치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는 따위의 편리함에 푹 빠져 요즘엔 인터넷뱅킹만 이용한다.

金씨는 얼마 전 아파트를 사려고 들른 부동산중개소에서 여러 사람이 1천만원 단위의 계약금을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인터넷뱅킹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이제 어려워진 것이다.

올들어 金씨처럼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은 28일 상반기 말 현재 인터넷뱅킹 가입자가 지난해 말(1천1백31만명)에 비해 28% 증가한 1천4백48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달 동안 인터넷뱅킹을 통한 각종 조회·자금이체·대출서비스 등의 이용건수는 지난해 12월(1억2천6백90만건)보다 3.4% 늘어난 1억3천1백24만건에 달했다.

서비스별로는 조회서비스가 전체의 79.7%(1억4백63만건)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자금이체 20.1%(2천6백36만건), 대출신청 0.2%(25만건) 순으로 많았다.

9개 시중은행만 놓고 보면 인터넷뱅킹 비중은 17.9%에 달해 CD·ATM(35.0%), 창구직원(31.9%) 다음으로 비중이 큰 은행업무 채널로 부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텔레뱅킹보다 적었다.

인터넷뱅킹에 이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휴대전화를 통해 은행업무를 보는 모바일뱅킹. 지난 6월 한달 동안 모바일뱅킹 이용실적은 87만건으로 지난해 12월(71만건)에 비해 21.9% 증가했다.

은행들은 7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서 토요일에 갈 곳을 잃은 고객을 인터넷뱅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신규 가입자에게 금리 우대 혜택을 주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흥은행 등은 '인터넷 대출서비스'를 토요일에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 안희태 인터넷팀장은 "주5일 근무제에 맞춰 인터넷뱅킹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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