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黨간판 바뀔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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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의 신당 논의가 활발해질 것 같다. 한화갑(韓和甲)대표는 26일 "때가 되면 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의 신당 논의가 상당히 진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韓대표의 발언은 비주류 일각 등에서 꾸준히 거론되던 신당론과는 비중이 다르다.

더구나 비주류가 신당을 얘기할 때마다 韓대표는 부인해 왔다.그래서 경우에 따라선 신당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韓대표의 이날 발언은 8·8 재·보선 이후를 대비한 포석 같다.

현재 민주당의 선거 전망은 밝지 않다. 13곳 가운데 호남 두곳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에서 다 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와 있다. 대선도 지금 상태로는 희망적이지 않다. 때문에 재·보선 후 민주당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韓대표는 이같은 당내 사정과 정서를 감안해 신당론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사실 민주당의 신당론은 내부에서 꾸준히 확산돼 왔다. 최근엔 비주류뿐 아니라 중도파도 신당 얘기를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韓대표와 가까운 동교동계 설훈(薛勳)의원은 최근 "민주당은 정치적 명운을 다했다"면서 "8·8 재·보선 이전에 신당 창당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韓대표는 이인제(李仁濟)의원 등 당내외 인사들을 폭넓게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신당의 공감대가 의외로 넓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신당에 부정적이던 韓대표도 당의 외연을 넓히고 정권 창출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신당'을 주목했다고 한다.

韓대표는 신당 논의의 주도권을 쥘 필요도 느낀 것 같다. 반노(反盧·노무현 반대 세력)진영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론이 확대되면 '후보 교체론'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다. 논의를 무조건 틀어막다가는 분당(分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문제는 노무현(盧武鉉)후보 쪽이 이를 수용할 것이냐다. 신당 논의 과정에서 쇄신파를 주축으로 한 친노(親盧)진영은 당명을 바꾸는 선에서 '노무현당'으로의 신당을 주장하고, 비주류는 '후보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어 대혼란으로 빠져들 위험도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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