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신호" "일시적 반등" :비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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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美증시'출렁'… 美 전문가 전망

미국발(發) 금융불안으로 세계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말 그대로 공황이 오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중앙일보는 최근 미 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는 두 명의 전문가를 만났다. 다우존스 지수가 36,000까지 간다고 주장했던 철저한 보수·시장경제주의자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제임스 글래스먼 수석연구원과 수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붕괴를 예고했던 진보적 경제학자인 아메리칸대의 로빈 한넬 교수다. 상반된 그들의 주장을들어 본다.

편집자

-미국의 주가 폭락사태가 왜 일어났나.

"그동안 나는 수없이 미국 주식의 과대평가 및 향후 주식폭락을 공언해왔다. 그동안 금융부문은 머니게임 논리에 따라 실물경제와 관계없이 너무 앞서 갔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미국의 과도한 주가수익률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레이건 행정부 이후 금융통화론자들이 정부·주식시장·금융 등 모든 부문을 장악했고 지나친 자율·규제완화·개방정책으로 시장구조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몇년 전 인터넷붐이 일었을 때 '주가를 기업 실적·생산성과 연계하는 것은 구식이며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는 경제시스템 자체가 달라졌으므로 새로운 방식으로 주가를 판단해야 한다'며 거품을 키우고 스톡옵션으로 자신들의 주머니만 채웠던 사람들이다."

-앞으로 미국경제는 어떻게 되나.

"주가수익률은 현실적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될 때까지 떨어질 것이다. 실물경제의 경우 오랜 호황이 지속된 만큼 앞으로는 불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물경제의 불황은 주식시장과 달리 오래 가고 회복도 훨씬 더디다. 현재는 여기에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추락까지 이어져 있는 상태여서 1930년대식 공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우선 공공부문 투자확대와 세금감축을 생각해봐야 한다. 부시는 소비와 투자의욕을 부추기기 위해 세금감면 대책을 내놓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유층과 기업만을 위한 것이었다. 오히려 저축 등 자본축적의 여유가 없는 중·하층에 대한 감세정책이 경기부양에 더 효과가 있다. 현재 상원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통제정책이 더 빨리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현재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신뢰도 회복과 불확실성 제거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시 행정부에 대한 투자자들과 일반 미국민들의 압력이 얼마나 큰가가 관건이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파장은.

"미국·유럽의 주가는 과대평가돼 있지만 한국 등 아시아권의 주식은 그렇지 않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 불황이 지속되면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부시 행정부의 보호주의 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더 큰 문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자본의 요구로 금융시장을 거의 개방한 점이다. 환율·주가 등 모든 면에서 사실 마땅한 방어수단이 없을 것이다."

이효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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