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외동딸을 둔 회사원 A씨. 딸의 장래를 위해 아이 명의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기로 했다. 당장 쓸 돈이 아니라, 먼 미래에 아이가 쓸 돈인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를 골랐다. 매달 30만원씩 10년간 꾸준히 불입할 예정이다. 30만원씩 1년이면 360만원, 10년이면 3600만원.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인 것 같긴 한데,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할까.
펀드의 용도에 따라 다르다. 10년 뒤 펀드를 찾아 대학생이 된 딸의 등록금 등 교육비나 생활비에 쓸 생각이라면, 굳이 신고할 필요가 없다. 이는 부모가 자녀 양육을 위해 쓰는 것이지 증여를 해서 딸의 재산 형성에 사용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이 돈을 나중에 딸 소유의 집을 사는 데 보태거나 딸에게 여유 자금으로 주어 금융 상품 등에 투자할 요량이라면 증여세 신고를 해야 뒤탈이 없다.
하지만 10년 동안 매달 세무서를 왔다갔다하면서 ‘이번 달에 또 30만원을 증여했다”고 하고 다닐 수는 없을 터. 일단 방법은 두 가지다. 처음에 하든가, 10년 뒤에 하든가다. 기왕 증여세 신고를 할 것이라면 미리 하는 게 훨씬 세금을 덜 내는 길이다. 펀드 가입 초기에 세무서에 찾아가 “10년간 매달 30만원씩, 총 3600만원을 증여하겠다”고 하면 된다. 만일 “나중에 하지”라고 미루다가 10년 뒤 펀드 적립 기간이 끝난 뒤 신고를 하면, 원금에 수익금까지 잔뜩 얹은 전부를 증여하는 것으로 간주돼 훨씬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뿐 아니다. 미리 신고하면 또 다른 혜택이 있다. 5년, 7년, 8년 뒤 적립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계산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자장면이 한 그릇에 4000~5000원이지만, 7, 8년 뒤에는 사정이 다를 터다. 즉 7, 8년 뒤의 30만원은 지금의 30만원이 아니라 20만~25만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