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휘성.세븐은 왜 안 나오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휘성과 세븐은 어디 갔을까. 매년 공정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방송사 연말 가요 시상식이지만 올해는 특히 진통이 심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SBS 가요대전에 휘성과 세븐은 보이지 않았다. 이 둘은 30일에 열린 KBS 가요대상, 31일에 열린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는 모두 본상을 받았다. 방송사별로 선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었을까.

YG패밀리 양현석 대표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렸다. "휘성이 3집을 낸 뒤 첫 방송을 SBS가 아닌 타 방송사에서 했다는 이유로 YG와 엠보트 소속 가수들이 몇 주 동안 SBS 무대에 설 수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YG 측도 'SBS 출연 거부'라는 강경책을 썼다. 결국 시상식마저 'YG랑 엠보트 빼고' 진행된 것. 네티즌들은 "설령 그런 알력이 있었다 해도 휘성과 세븐이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한 건 문제"라며 게시판을 달궜다.

가요 기획사가 특정 방송 출연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방송 출연이 음반 홍보의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휘성.거미.세븐.빅마마 등이 소속된 YG와 엠보트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가요 프로그램 외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자제하고 있다.

양현석 대표는 같은 글에서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고 말한다. "좋은 음악과 좋은 가수는 방송사가 만드는 게 아니라 대중의 기준과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YG와 엠보트가 방송사를 꺾을 만큼 힘이 센 것은 아닌 듯하다. 31일 밤에는 YG와 엠보트 소속 가수가 총출동, 1일 새벽까지 공연하는 '원 콘서트'가 열렸다. 휘성과 세븐은 MBC 10대 가수 가요제가 끝난 뒤 녹초가 된 몸으로 공연장에 달려갔다. 티켓을 판매하는 자신들의 콘서트보다 방송사 스케줄을 더 중시한 것이다.

각종 겹치기 시상식에 치이는 12월은 가수들에게 잔인한 달이다. 시청자들도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에 질리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에 짜증이 난다. 바로 가요 시상식 시청률이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 그나마 방송사 별로 내용이 다른 '연기 시상식'에 밀리는 이유 아닐까. 부디 새해에는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통합되길 바란다.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