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州 연금 40% 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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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월드컴 등 미국 대기업들의 잇따른 파산이나 뉴욕 증시의 폭락 사태는 단순히 해당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거나 그 회사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반 직장인과 연금생활자 등 대다수 미국인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401K플랜(정부세제지원직장퇴직금제도)·ESOP(개인주식적립금 제도)·IRA(개인은퇴계획) 등 대형 연기금들이 모두 주식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연기금은 기관투자가로서 주식시장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종의 투자신탁인 뮤추얼펀드에 돈을 맡긴다. 총 투자금액이 5조달러에 달하는 뮤추얼펀드는 절반 정도는 주식에, 나머지는 회사채·국채 등에 투자한다. 이같은 주식투자 비중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2위인 영국은 25%에 불과하다. 그만큼 주가 변동에 큰 영향을 받게 돼 있다.

현재 뮤추얼펀드에 직·간접적으로 가입한 미국 가구수는 약 3천7백만이다. 즉 미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이번 주가 폭락 사태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뉴욕 주정부 연금은 포트폴리오상 주식투자 비율이 높았고, 그중에서도 월드컴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가 이번에 연금의 40%를 날려버리기도 했다.

뮤추얼펀드는 1987년 1천1백개에서 지난해 1만1천개로 급증했다. 그동안 주가가 크게 오른 데다 정부도 복지 차원에서 적극 장려했기 때문이다.

70년대에 미국 주식시장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1.4%에 불과했다. 그러나 74년 연방세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401K가 제대로 정착된 80년대에는 수익률이 7.9%, 90년대에는 무려 14.1%에 달했다.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채권수익률(7.1%)이나 은행이자수익률(1.9%)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치다.

대통령의 인기가 주가 변동에 영향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1년6개월간 S&P500지수가 37%나 떨어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대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그동안 가장 낮았던 닉슨(-23.6%)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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