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복제약 인식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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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다국적 제약회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기 위한 참조 가격제 도입 실패와 보건복지부 장관의 교체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논란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과도한 로비가 있었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건보 재정 악화 등 국내에 산적한 보건문제가 모두 다국적 제약회사 때문이라는 '국수주의적'시각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근본적 문제는 이미 특허가 만료된 다국적 제약회사의 오리지널(原本)약이 의료 시장에서 국내 제약회사의 카피(복제)약보다 많게는 20배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에 있다.

똑같은 성분임에도 이처럼 가격에 차이가 나는 것은 카피 약의 품질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즉 성분은 같지만 제조 기법에 따라 흡수와 배출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처방전에 카피 약이 기재된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에게 싼 약을 처방했다며 의사에게 항의한다.

의약분업의 실시로 이미 약품에 대한 리베이트를 상실한 의사는 환자에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건보 재정 절감을 위해 카피 약을 처방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참조 가격제는 고가의 오리지널 약에 대해 건보재정 대신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늘려 처방을 억제하는 제도다.

그러나 건보가 됐든 본인부담금이 됐든 환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약가를 심의해 강제로 책정하겠다는 약가 재평가 제도도 통상마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오리지널 약가의 거품을 빼지 못하는 미봉책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카피 약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에 있다. 기자가 보기에도 국산 복제 약 가운데 우수한 품질을 갖고 있는 것이 많다고 본다.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 등 카피 약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작업은 이래서 중요하다.아울러 생명공학 등 차세대 산업에 대한 투자란 개념에서 국내 제약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단 한 개라도 비아그라같은 혁신적 신약이 국내 제약회사에서 탄생한다면 약가 인하로 인한 건보 재정의 절감보다 훨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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