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밥도둑'-게.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독특한 맛으로 되찾아주는 '귀여운' 해산물이다. 최근 서해교전 여파로 금값이 된 꽃게로 인해 일반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글루타민산·타우린 등이 게맛의 비결. 맛도 맛이지만 영양도 빼어나다.저지방·고단백 식품이다. 그래서 비만·고혈압·심장병 환자에게 권장할 만하다.

꽃게·왕게·닭게·붉은대게 등의 맛이 담백한 것은 지방함량이 1%도 되지 않기 때문. 이에 비해 대게와 참게(민물게)의 지방함량은 각각 2.6%·12%로 상당히 높다.

지방이 적은 만큼 열량이 높지 않아 다이어트 식단의 재료로도 유용하다. 게살 1백g당 열량은 49(붉은대게)~74(꽃게)㎉에 불과하나 예외적으로 참게만 1백75㎉에 달한다.

게의 단백질 함량은 8(대게)~15(닭게)% 수준. 필수 아미노산들이 골고루 들어있어 발육기 어린이·노약자에게 좋다. 게다가 단백질 조직상 소화가 잘된다. 게 먹은 뒤 체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부경대 식품생명과학과 유홍수교수). 그러나 소화가 잘된다는 것은 그만큼 부패·변질이 쉽다는 것을 뜻하므로 게를 살 때는 선도(鮮度)를 먼저 고려하고 가급적 빨리 조리해 먹는 것이 상책.

한방에선 성질이 찬 게를 해열(解熱)·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친다.

가슴이 답답하고 열감을 느낄 때 게를 먹으면 잘 풀어진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산후조리 중인 여성이 먹으면 어혈(瘀血)로 배가 아픈 것이 낫는다.

과거엔 게는 조심해야 할 일종의 금기(禁忌)식품이었다. '게와 감을 같이 먹으면 죽는다','게와 꿀을 같이 먹으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말까지 있었다.

이를 현대적 의미로 풀면 게와 감은 둘다 성질이 찬 식품이므로 설사를 일으키고, 상하기 쉬운 게를 오래 보관한 뒤 꿀과 같이 먹으면 식중독에 걸린다는 것이다.

게 껍질에 많이 든 키틴은 체내 지방축적을 방지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리작용으로 인해 건강식품·다이어트식품의 원료로 사용된다.체내에서 소화가 안되는 키틴을 일부 소화되도록 화학구조를 바꾼 것이 키토산. 다만 게살이나 게장을 먹으면서 키틴·키토산의 건강 효과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