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보전·연차휴가 이견 협상주체 대표성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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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사합의를 통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려는 노사정 협상이 끝내 무산됐다.

정부는 노사정 합의와 관계없이 정부입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높다.

◇협상결렬 배경=노사 양측은 마지막 순간까지 임금보전 방식과 연차휴가 일수 결정방식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영수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두 쟁점은 근로시간 단축 후 경영 및 노동환경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란 점에서 노사 모두 주5일 근무제 도입의 기본 전제로 여기고 있다"며 "노사정위와 정부가 다양한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협상 참가 주체들의 대표성 문제도 합의 도출에 실패한 중대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입법 추진방향=노동부는 조만간 정부입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르면 다음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만들어진 공익위원안(노사 양측 안을 절충한 것)에 그동안 노사합의 내용을 감안해 만들어질 전망이다. 공익위원안에 따르면 핵심쟁점 중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방식은 종전 임금의 보전을 법 부칙에 명시하고, 연차휴가 일수 결정방법은 1년 근속시 18일을 주고 1년 이후엔 3년당 하루씩 가산하는 식이다. 또 제도도입 후 생리휴가는 무급화한다는 것이 공익위원안이다.

2003년 7월부터 3백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제도를 시행하며 2007년 1월부터 50인 미만 전사업장에서 강제 실시하도록 돼있다.

◇전망=하지만 정부입법도 난항이 뻔하다.공익위원안에 노사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 일각에선 "만일 정부가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할 경우 올 봄 공공부문 파업에 버금가는 노사정 대격돌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영계도 정부가 구체적인 임금구성 내역까지 참견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종과 기업규모에 따라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이 천차만별한 실정에서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댈 경우 계층간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 환노위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노사 합의 없는 입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한 데다 연말 대선 등 하반기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연내 입법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다.

대신 금융노련의 경우처럼 산별노조와 개별 사업장의 노사간 단체협약을 통한 주5일제 도입이 확산될 전망이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주5일제를 도입해도 영업에 큰 지장이 없는 사무직과 서비스 업종에서 제도 도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양대 경제학과 김재원 교수는 "획일적인 원칙을 정하지 말고 노사 자율에 따라 사업장별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는 제도도입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쳐야 부작용을 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봉수·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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